[미 증시, 전쟁 · 테러 때 어떻게 움직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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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미국 테러 사건으로 세계 주식시장이 출렁대고 있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온통 향후 미 증시의 향방에 쏠려있다.

앞으로 미국 시장과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장득수 부장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를 단행해도 이번 사태가 단기적인 악재로 소멸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며 "미 증시가 다시 열리는 첫날 다우지수는 5% 가량 떨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의 주요 사건과 주가=증권업계에 따르면 예부터 미국 증시는 테러와 전쟁의 개입, 대통령 암살 등 굵직한 사건을 전후해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이런 돌발 악재에 의한 단기주가 급락은 종종 기술적 반등을 통해 이내 복원되곤 했다.

특히 미국 국내에서 큰 일이 터져도 그 영향은 오래 가지않았다. 즉 주가는 한달 이내에 사건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거나 오히려 오름세를 타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지난 1995년 4월에 발생한 오클라호마 연방건물 폭탄테러 사건 직후에도 주가는 1%의 내외의 미미한 등락만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 사정이 달랐다.

대우증권 김분도 연구위원은 "1990년에 발발한 걸프전의 경우 미국 시장의 충격이 진정되는 데는 약 70일이 필요했다" 며 "국제유가 파동 우려와 같은 경제적 측면과 맞물려 중.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고 분석했다.

지난 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 때도 주가는 바로 곤두박질했으나 수주 만에 이전 상태로 회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편이다.

증시의 체력이 약한 데다, 미국의 소비마저 줄고 있어 미 증시는 향후 수주일 동안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증시 전망=11일 테러 참사 이후 임시 휴장에 들어간 미 증시는 늦어도 17일(현지 시간)에는 개장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리처드 그라소 회장은 "주식거래는 늦어도 다음주초인 17일에는 재개될 것이며 이르면 사흘간의 거래 중단 후 14일부터 재개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복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고 몇몇 범죄자에 대한 응징에서 끝날 경우 이번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의 피해는 최소화될 수 있다" 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전쟁과 같은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지면 ▶국제원유가 상승 ▶달러화 급락 ▶미국내 세계 투자자금의 유출에 따른 전세계 증시 동반 하락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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