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대전] 증시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미국 연쇄 테러사건으로 국내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12일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이 보유주식을 대거 처분하는 바람에 무려 64.97포인트(12.02%)나 떨어졌다. 투매 양상까지 나타나며 하한가 종목수(6백21개)가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동 국가를 상대로 전면적인 보복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번 악재는 머지않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테러 사건의 후유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도 주가가 당분간 강한 반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 외국인들이 관건=뉴욕증시가 마비되는 바람에 외국인들은 12일 국내 증시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낮 12시 개장 초만 해도 외국인들의 순매도 물량은 1백억원대를 간신히 넘었다. 그러나 갈수록 매도 물량이 늘어났다. 이날 외국인들의 매도물량은 홍콩에서 나온 것이 대부분이었다. 평상시에는 미국에서 나오는 주문이 외국인 전체 주문의 40%를 차지했다.

이번 테러사건으로 모건스탠리.샐러먼 스미스바니.메릴린치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큰 피해를 봤다. 한 외국계 증권사 직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대만 등 개발도상국 증시(이머징 마켓)에서 선진국 증시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며 "이머징 마켓 펀드에 대한 환매가 들어온다면 그동안 주가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한국 주식을 우선적으로 처분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말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국내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4%. 1997년 말 외환위기 직전처럼 외국인들이 '셀(매도) 코리아' 를 외치며 떠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뉴욕 본사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만큼 자금운영을 보수적으로 할 가능성은 상당히 큰 편이다.

◇ 미국 소비지출 위축으로 경기회복 지연=테러사건 직후 월트디즈니와 미 전역의 대형 극장.쇼핑 센터 등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그동안 미국 경제를 그나마 지탱해왔던 것은 소비였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실업률 상승.국제 유가 상승 등과 맞물려 소비를 더욱 더 위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결국 미 경기 회복 지연→미 증시 침체→대미 수출 부진→국내 증시 침체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 반도체.자동차.통신장비업종 큰 타격 예상=전문가들은 미국이 당분간 공항을 폐쇄한다면 화물기 수송 비중이 높은 반도체.이동전화기 등 정보기술(IT)제품의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반도체 업체가 학수고대하고 있는 윈도XP출시 효과도 이번 사태로 반감될 전망이다.

또 최근 들어 국내 자동차 수출물량의 45% 가량을 미국이 차지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소비 위축은 자동차업체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단기 악재에 그칠 것인가=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단기적으로는 매도 물량에 비해 매수 물량이 턱없이 모자라 주가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 내다봤다.

그러나 李전무는 "주가 하락폭이 컸던 만큼 일시적으로 큰 반등이 있을 수 있다" 며 "이번 주말께 주가의 방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때까지는 투매를 삼가야 한다" 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이사는 "주가 폭락이 오래 가지는 않겠지만 쉽게 반등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고 말했다. 그는 "그간 각광받았던 내수관련주도 소비 둔화로 투자할 가치가 없어진 만큼 당분간 관망하며 적절한 종목을 발굴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희성.나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