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승엽 33호 아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홈런왕 삼국지' .

호세(롯데)와 이승엽(삼성.사진), 그리고 우즈(두산)가 펼치는 홈런왕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8일까지 호세와 우즈가 세 경기 연속 홈런을 뿜어내며 이승엽을 따돌리는 듯했으나 침묵하던 이승엽이 9일 홈런을 터뜨리며 3강 구도를 다시 구축했다.

이선수는 잠실 LG전에서 7회 초 2점 홈런으로 8일 만에 홈런맛을 봤다. 9일 현재 호세가 35개로 한발 앞서 있고 이승엽과 우즈는 33개로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과연 누가 올시즌 최고의 거포로 우뚝 설까.

▶이승엽, 자기와의 싸움〓지난달 말 이승엽은 스트레스성 피로누적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내성적인 성격에 홈런 레이스가 치열해지자 그만 이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홈런에 영양가가 없다" 는 주위의 냉소적인 시선도 그에겐 부담감이다. "그의 경쟁자는 호세도 우즈도 아닌 자기 자신뿐" 이라는 박흥식 타격 코치의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만루홈런왕 우즈=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나온 만루홈런은 모두 34개. 한시즌 최다 만루홈런 기록이다. 특히 우즈는 올시즌 혼자서 3개의 그랜드슬램을 터뜨려 개인으로선 가장 많이 만루홈런을 쳐냈다. 이는 우즈 뒤에 김동주와 심재학이 버티고 있어 만루 상태에서 상대 투수들이 어쩔 수 없이 우즈와 정면 승부를 걸어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든든한 지원군단이 있다는 사실, 우즈가 홈런왕에 욕심을 내는 속사정이다.

▶호세가 볼넷만 없었다면=호세는 9일 현재 볼넷 1백17개를 얻었다. 한 시즌 최다 볼넷 기록이다. 이 정도로 상대 투수들이 견제한다면 타격감을 잃을 법도 한데 호세는 멈출 줄 모른다.

호세는 올 시즌 3백42타수에서 35개의 홈런을 쳤다. 1999년 이승엽은 4백86타수에서 54개의 홈런을 쳐낸 바 있다. 호세가 99년 이승엽만큼 타수를 기록했다면 홈런 50개가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편 9일 잠실 경기에선 LG가 6 - 6으로 접전을 벌이던 7회말 2사 만루에서 이병규의 싹쓸이 2루타에 힘입어 10 - 6으로 승리, 4강 진출에 한 가닥 희망을 남겼다. 7회 구원 등판한 신윤호는 14승째를 거두며 다승 단독 1위로 나섰다.

광주에선 연장 10회말 두산의 연속된 실책에 편승해 기아가 7 - 6으로 이기고 4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사직과 대전 경기는 비로 인해 10일로 연기됐다.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