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속 글라이더에 재래식 탄두 실어 목표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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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이 핵무기 감축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하려는 ‘재래식 전 세계 신속 타격(Conventional Prompt Global Strike, CPGS)’ 무기(본지 4월 10일자 12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수년 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핵무기 의존도를 낮춰줄 첨단 재래식 무기의 배치를 결정할 것”이라며 CPGS의 기본 개념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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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속 글라이더 비행=NYT의 보도에 따르면 CPGS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우선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핵탄두 탑재용으로 쓰여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체로 쓰인다. ICBM은 미국이 보유한 무기 중 가장 빨리 적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미니트맨 Ⅲ’의 경우 발사 버튼을 누르고 1분 이내에 발사되며, 발사 후 3분 이내에 대기권 밖으로 핵탄두를 쏘아올릴 수 있다. CPGS는 이처럼 강력한 추진력의 ICBM을 발사체로 사용하되 핵탄두 대신 455㎏ 안팎의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는 게 특징이다. 목표물까지 날아가는 방식도 차이가 난다. ICBM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 재진입하는 형태인데 반해 CPGS는 대기권 내에서 움직인다. 일단 ICBM의 추진력을 이용, 106㎞ 상공까지 올라간 후 작은 날개를 가진 글라이더 형태로 비행하는 방식이다. 글라이더는 인공위성이 보내주는 정보를 수신해 가며 목표 지점까지 초음속으로 날아간 뒤 목표물 상공에서 재래식 탄두를 발사한다.

NYT는 이 같은 공격 방식이 ICBM에 비해 훨씬 더 정밀한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발사에서 목표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이내가 목표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크루즈 미사일은 원거리 목표물까지 날아가는 데 최고 12시간이 걸린다.

◆러시아·중국 반발 가능성=백악관은 이 같은 CPGS 무기 개발을 위해 내년 예산으로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의회에 요청했다. 미 국방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2014~2015년까지 CPGS 초기 버전을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난관이 많다. 우선 기술적 문제다. 미 국방부는 22일 반데버그 공군기지에서 초음속 글라이더 발사실험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외신들은 이 실험이 CPGS용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글라이더는 로켓에서 분리된 직후 지상 통제소와의 통신이 두절됐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중국의 반발이다. CPGS는 발사체로 ICBM을 사용한다. 러·중으로서는 탑재된 탄두가 핵인지 재래식 무기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오바마 정부는 정기적으로 CPGS 사일로를 공개해 핵무기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킨다는 복안이지만 러·중을 설득할지는 미지수다.

NYT는 오바마 정부가 러시아의 우려를 받아들여 CPGS 무기를 1기 도입할 때마다 핵 미사일 1기씩을 해체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지난달 양국이 맺은 새 핵무기감축협정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양국은 핵탄두 감축과 별개로 핵탄두 등을 장착할 수 있는 발사체 숫자를 1600기에서 800기로 줄이기로 약속했다.

김한별 기자

◆재래식 무기=핵·생물학·화학(NBC) 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가 아닌 일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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