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서핑 차이나]황제와 춤을⑥ 간신 대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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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唐)태종은 훌륭한 황제였다. 특히 그는 사람을 잘 부렸다. 능력있는 자, 현명한 자를 능수능란하게 데려다 썼다. 간신, 아첨꾼은 쓰지 않았다. 후세 역사가들은 간신의 대명사인 우문사급(宇文士及, ?~642), 권만기(權萬紀, ?~643) 같은 자들을 호되게 꾸짖은 것을 들어 그가 용인술의 귀재였다고 평가한다.

우문사급은 당나라가 세워지기 전부터 이미 주군을 잘 바꾸기로 악명이 높았다. 특히 아첨에 능했다. 어느날 당태종이 궁을 산책하던 중 나무 한 그루를 보고 좋은 나무라며 칭찬했다. 우문사급이 이를 보고 황급히 달려와 나무 곁에서 몇 시간동안 그 나무에 대한 칭찬을 늘어 놓았다. 그러자 당태종이 벌컥 성을 내며 우문사급을 혼냈다. “위징(魏徵)이 짐에게 아첨하는 신하를 멀리 하라했거늘, 그동안 누가 아첨꾼인지를 알지 못했다. 이제 보니 물을 필요조차 없구나. 네가 바로 아첨꾼이다.” 하지만, 당태종의 우문사급을 향한 이 질타가 정말로 화를 낸 것이었까는 의문이다.

권만기는 밀고에 능했다. 특별한 보고 건이 없더라도, 누가 일을 잘했고 누가 못했는지 시시콜콜한 궐안의 사정들을 황제에게 직보했다. 그는 자기 눈에 거슬리는 대신들을 모함하는데 귀재였다. 어느날 당태종은 이런 그를 호되게 꾸짖고 고위직에서 좌천시켰다. 하지만, 당태종의 이 처분이 과연 순수한 것이었을까?

당태종의 이런 조치에 즐거워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문사급과 권만기의 이러한 일화는 진실의 나머지 반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들 두 명은 과연 이후에 어떻게 됐을까? 아첨의 달인 우문사급은 사건 이후에도 파면당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직급이 수직 상승했다. 마지막에는 공작(公爵)의 직위에 올라 천수를 다했다. 밀고의 달인 권만기는 당태종의 비밀스런 해결사가 됐다. 평상시에는 변경에 봉지를 하사받은 왕들을 감시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는 밀고를 했다는 이유로 제(齊)나라 왕에게 죽음을 당했지만, 당태종은 그를 ‘열사(烈士)’로 봉했다. 이를 보면 예상과 달리 간신, 아첨배들이 욕을 잠깐 먹더라도 여전히 황제에게 등용됨을 알 수 있다. 이 두 인물의 운명을 보면 그 많은 충신이나 강직한 신하들보다 운이 좋았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황제라는 자리의 특수성이다. 그는 생활 환경이 보통 사람과 다르다. 갈고 닦는 업무들도 다르다. 감동 받는 마음자세도 다르다. 심지어 정신상태, 심리적인 갈증도 모두 다르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라도 주변에 몇몇 종류의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황제의 옆에 있는 사람은 꼭 남의 시선을 끌거나 심지어는 황제 자신의 마음에 들 필요가 없다. 단지 황제의 마음 속 공허한 곳을 채워줄 수만 있으면 된다. 혹은 고매하기만 한 왕공대신들이 쉽게 하려 하지 않거나 불편해 하는 일이지만 반드시 해야할 필요가 있거나 황제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시킬 사람들을 황제는 늘 필요로한다. 예를 들어 권만기는 대신들의 눈에는 당연히 떠들석한 까마귀와 같이 혐오스런 존재였다. 하지만 황제에게는 써먹기 좋은 ‘인재’였을 뿐이다. 그는 황제의 귀요 눈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에 대해 원성을 높이면 황제는 그를 욕할 수 있고, 강등 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바람이 한 번 지나가고 나면 황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바 대로 할 수 있었다. 아첨의 달인 우문사급 역시 마찬가지다. 그 자신이 이런 말을 남겼다. “황상은 대신들과 함께 국가 대사를 논할 때 항상 그들로 인해 숨이 막히십니다. 또,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나 지금같이 사사로이 산책을 나왔을 때에도 제가 폐하의 말씀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다면, 폐하께서 아무리 귀한 몸이라해도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이는 황제의 기분 조절 전문가의 새겨둘만한 명언이다.

이런 류의 사람은 종종 성격이 비뚤어지고, 도량이 좁고, 하찮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는다. 만일 당신이 보기에 성격이 괴팍하지만 황제의 옆자리에서 입지를 굳힌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이 소인배의 간사함을 처리할 수 있을까? 서면으로 고발을 하거나 입으로 신고를 하거나 트집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이 소인배를 갖고 놀려하면 안된다. 반드시 그리고 절대 조심해야한다. 황제는 바보가 아니다. 황제가 이런 자를 옆에 두었다는 사실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적당하게 수위를 조절해 비판한다면 총명한 황제는 여론을 따른다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으며, 당신의 체면도 살릴 수 있다. 또한 그 소인배에게는 기회를 봐서 경고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정도를 넘어서면 안된다. 네 놈의 목숨이 내 손에 있다는 식으로 트집을 잡는다면 도리어 자신에게 위기가 닥치기 쉽상이다.

우선 황제는 위험하다. 황제는 일반적으로 천하에서 가장 고집이 세고, 가장 체면을 중시하고, 가장 막무가내인 생물이다. 당신이 하루종일 황제 곁에서 그자가 나쁜 놈이고, 요직에서 두어선 안된다고 잔소리를 늘어 놓다가는 황제를 성가시게 만들어 언젠가 황제의 역린을 건드릴 수 있다. 개를 잡을 때도 먼저 주인을 살펴야 하는 법. 당신은 황제가 아니다. 이를 절대 잊어선 안된다.

앞에서 말한 류의 간신들은 비록 재주는 없어도 사람을 한 번 물면 절대 놓치는 법이 없다. 하물며 그는 어둠의 세력이요, 당신은 정의의 세력이다. 예로부터 보이는 곳에서 날아오는 창은 피하기 쉽지만, 몰래 쏘는 화살은 막아 내기 어려운 법이다.

따라서 눈 안의 모래라도 잘 문지르는 법을 배워둬야 한다. 간신은 온전히 놔둬야 하고, 소인배는 적절히 비판해야한다. 단 부디 수위를 파악해야한다. 대소사를 모두 무릅쓰고 달려들다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은 틀어지고 도리어 자신이 들볶음을 당하기 쉽상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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