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범 3년만에 '엘리뇨'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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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알맹이는 없어지는데 껍질만 점점 두터워지는 대중음악 현실에 지쳤었죠. 그런 혼란 속에서 우왕좌왕하면서 제 음악적 정체성을 잃느니 차라리 어떤 새로운 각오가 설 때까지 쉬겠다고 결심했어요. "

풍부한 성량과 독특한 고음처리가 매력적인 대형 여가수 신효범(사진)이 오랜만에 새 앨범을 들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엘니뇨' 를 대표곡으로 하는 새 앨범의 제목은 '마음에 남긴 메모' . 1998년 '에고' 이후 3년 만이며 여덟번째 정규 앨범이다.

그녀의 새 앨범을 보면 그녀가 말하는 '어떤 새로운 각오' 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진다. 따뜻한 감성으로 인기 높은 판화가 이철수씨의 목판화들로 꾸며진 아름다운 앨범 재킷을 열면, 많은 고민 끝에 만들어냈음이 분명한 노래 열세곡이 들어 있다.

'기다림' '준비된 사랑(그래도 된다면…)' 등은 그녀의 오랜 팬들이라면 기꺼워할 잔잔하면서도 힘있는 발라드곡이다. 주목할 곡은 대표곡인 '엘니뇨' 다.

원상우씨가 곡을 만들고 한경애씨가 노래말을 붙인 이 곡은 그동안 신효범이 보여온 음악 스타일에서 한걸음 벗어난 독특한 노래다.

기본적으로 정감 있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바탕으로, 일렉트릭한 사운드와 테크노적인 감성을 접목시켜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곡이다. 그녀가 말하는 '어떤 새로운 각오' 가 음악적인 것이라면 바로 이 노래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톡톡 튀는 감성을 내세우기보다는 대중음악의 한 중심을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가 요구하는 것도 아니지만 한 분야의 전문인으로서 해야할 시도라고 느끼죠. "

그녀는 "새 앨범을 내기 전에는 반드시 지금까지 세상에 내놓은 모든 앨범을 다시 꼼꼼히 들어본다. 때로는 우습고 낯이 붉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대견해 하기도 한다. 목소리가 갈수록 도톰해지고 부드러워진다는 주변의 말이 다행스럽다" 고 말했다. 89년 데뷔한 그녀가 연배의 여가수들이 거의 사라진 가요계에서 보여줄 활약을 주목한다.

글=최재희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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