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멍 뚫린 콜레라 방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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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북 영천에서 집단으로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지 1주일도 채 안돼 대구와 경기도 김포 등지에서 추가로 환자가 확인됨으로써 걱정했던 콜레라 전국 확산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더구나 다른 지역에서도 의사(擬似)환자가 잇따르고 있어 본격적인 2차 감염마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콜레라는 전염력이 매우 강한 수인성(水因性)전염병이다. 따라서 초동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천의 뷔페식당 종업원 등이 회식을 한 뒤 집단으로 설사 증세를 보인 것은 지난달 15일부터였다.

그럼에도 당국은 보름 가량이 지난 지난 1일에야 이 뷔페식당에서 식사한 손님들을 중심으로 콜레라가 번지고 있음을 감지했다.

초동 대처를 소홀히 함으로써 하루 2백~5백명에 이르는 이 식당 이용객들이 보름 동안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전염병 발생에 대비해 실시 중인 설사환자 모니터링도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문제의 식당에서 식사했던 한 트럭 운전사가 설사 증세로 병원에서 링거주사를 맞은 뒤에도 증세가 계속돼 다시 병원을 찾았으나 닷새가 지나서야 보건소에 설사환자로 보고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올해는 10년마다 돌아오는 세계적인 콜레라 유행주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전국 보건소 71곳과 병.의원 2백53곳을 콜레라 보초감시기관으로 지정해 지난달 13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작 설사환자 모니터링엔 허점을 드러냈으니 무엇을 위해 발족한 보초감시기관인가.

콜레라 확산을 차단하려면 방역체계를 강화하면서 시급히 최초 감염원을 찾아내야 한다. 아울러 가을철 전염병으로 분류되는 유행성출혈열.쓰쓰가무시증.렙토스피라증 환자가 1998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들 열성 질환에 대한 방역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 역시 어패류를 익혀먹고 조리기구를 철저히 소독하는 등 주의를 기울인다면 콜레라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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