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윤곽 속에 담은 인간의 내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63호 07면

재독작가 천경우는 장시간 노출을 통한 사진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다. 흐릿한 윤곽 속에 담긴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07년 덴마크에서 진행한 ‘여왕 되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마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아 여왕처럼 분장시킨 뒤 카메라 앞에 세웠다. 그리고 모델의 나이만큼 노출 분(分)수를 정했다. 서른 살이라면 30분 동안, 예순이라면 60분 동안 조리개를 연 카메라 앞에서 자기가 왜 여왕과 닮았는지를 설명하게 했다. 카메라 셔터가 닫힐 때까지 모델이 꼼꼼히 되짚어보는 인물은 여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된다. 여왕을 흉내낸 흐릿한 초상 사진이 왜 모델 저마다의 자화상이 되는지, 그 답은 촬영 과정에 있었다.

2. 천경우 사진전 ‘Being a Queen’, 6월 5일까지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 문의 02-418-1315

관람료 성인 4000원, 학생 3000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