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미스터리] 9. 연어들 어떻게 남대천 되돌아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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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동해안 하천을 떠나 멀리 알래스카와 베링해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연어들.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서울~부산 거리의 100배(4만여㎞)에 이르는 길을 어떻게 되돌아오는 걸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그 비밀의 일부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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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회귀 장소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 남대천. 매년 10~11월이면 하천을 가로질러 되돌아오는 연어를 잡기 위해 그물 울타리가 설치된다. 3~4년 전 방류할 때 길이 5㎝, 무게 1g에 불과했던 것이 길이 60㎝, 무게 5㎏의 묵직한'녀석'으로 자라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양양내수면연구소 연구원들은 이 연어를 잡아들여 인공수정.부화시킨 뒤 다시 치어를 방류할 때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수년간 태평양을 헤엄치다가 다시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오는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일부 전문가는 해답을 '후각'에서 찾는다. 민물에서 부화한 치어(稚魚.어린 물고기)가 하천을 떠나기 전에 바닷물에 적응하기 위해 생리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이때 하천의 냄새가 후각 신경세포에 새겨진다. 나중에 이 세포가 하천의 냄새를 기억해뒀다가 회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바다와 만난 하천물은 금방 희석되고 만다. 강원도 골짜기의 물이 알래스카까지 해류를 타고 흘러가 연어의 후각을 자극한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매년 반복해 남북으로 오가는 철새는 강.해안선.산맥 등을 눈으로 확인하고 밤에는 북극성 등 별의 위치를 이용해 방향을 잡는다지만 물 속 연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더욱이 연어는 한번 여행을 다녀와서 알을 낳고는 바로 생애를 마치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활용할 수 없다.

그래서 나온 학설이 지구 자기장(磁氣場)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자석이고 위도.고도에 따라 자기장의 세기가 달라진다는 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부 새와 마찬가지로 연어의 뇌 세포에 아주 작은 자철광 결정체가 존재한다. 어린 연어가 바다에 들어갈 때 모천의 위도.경도가 지구 자기장 형태로 각인된다는 설명이다.

많은 학자는 후각과 자기장 모두가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지구 자기장의 안내를 받아 동해 부근까지 찾아온 연어는 바다로 흘러든 하천의 냄새를 맡고 남대천으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매년 봄 1000만마리가량의 연어를 방류하지만 생각보다 회귀하는 숫자는 많지 않다. 또 그 비율은 주는 추세다. 그해 되돌아온 연어 숫자와 3년 전에 방류한 치어 숫자를 비교하는 회귀율은 1% 안팎이다. 일본의 3~4%에 비해 매우 낮다. 무엇보다 남대천 상류에 양수발전소가 건설되는 등 개발과 환경오염 등으로 하천 수질이 급변하는 게 문제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도 영향을 준다. 돌아온 연어들이 적절한 수온을 찾아 위도가 높은 북한 쪽 하천을 기웃거린다는 주장도 있다. 큰 바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온이 높아지면 바닷물의 아래 위가 잘 섞이지 않고 표면의 영양분이 고갈돼 연어의 먹이가 줄어든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회귀까지 3~4년 … 내내 이동만 할까
북태평양서 2년 머물러

◆진실 또는 거짓=연어가 멀리 알래스카만까지 갔다가 그대로 돌아오는 데 3~4년이나 걸릴까. 그렇지는 않다. 일단 연어는 북태평양에서 2년 정도 머문다. 겨울~초봄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알래스카만에서, 봄~가을에는 북쪽 베링해로 진출해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산다. 연어의 이동을 추적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양양내수면연구소에서는 지난해와 올 봄 방류한 치어 10만마리의 머리 속에 암호를 새긴 조그마한 표식을 집어넣었다. 중간 중간에 잡아들여 이동 경로를 파악하게 된다.

국립수산과학원 성기백 박사는 "미국 등에서는 어미 연어를 잡아 2~4㎝ 크기의 추적자를 등지느러미에 부착한 다음 풀어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 추적자는 수온.수심.염분도를 자동 측정.저장한다. 비행기로 치면 '블랙박스'같은 역할을 한다.

오염된 하천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연어는 오히려 하천과 호수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바닷물 속의 오염물질을 체내에 축적했다가 하천과 호수로 옮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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