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여2야 소용돌이] DJ의 국민 상대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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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과의 공조가 깨지고 난 뒤 민주당에선 '국민 상대 정치' 라는 말이 유행처럼 나돌고 있다. 4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 회의와 용인 한화리조트에서의 의원 연수회에서도 이것이 중요 화두였다. 소수당으로 돌아간 여당이 국민을 상대로 어떤 모습의 정치를 펼지 야당은 긴장하고 있다.

◇ 우군(友軍)정치=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4일 낮 청와대에서 7대 종단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한 것은 '국민 상대 정치' 가 어떻게 진행될지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金대통령은 집권 이후 의약분업.반부패기본법 등 중요 정책을 수립할 때마다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았다. 시민단체가 찬성 여론을 조성하면 이를 추진력삼아 정책을 밀고 나간 것이다. 지난해 총선 때 벌어졌던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 대해서도 야당에선 "여권과 교감이 있는 게 아니냐" 며 반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런 대목에 대해 청와대와의 교감을 마친 분위기다. 이날 오전의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원기(金元基)최고위원은 "종교.시민사회단체와의 대화를 긴밀히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또 심재권(沈載權)시민사회특위 위원장은 "국회와 정당의 비중을 무시할 순 없지만, 국민에게 여권의 정책과 방향을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고 말했다.

설훈(薛勳)의원은 "지난해 초 선거법 협상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줄인 것처럼 여론에 호소해 야당을 움직여야 한다" 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현안 문제들에 대해 국민담화를 발표해 국민을 설득하거나, "시도별.지역별로 각종 민원과 국민의 소리를 직접 수렴하자" (張永達의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국회 내에서의 수적 열세를 이런 식의 포위전략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야당과 국회를 무시하고 군중 동원력을 앞세우는 남미식 포퓰리즘" (한나라당 金滿堤의원)이라는 비판이 있어왔고 앞으로도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 대화정치=민주당에선 소수 여당이 된 이상 한나라당과의 대화정치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모든 법안의 심의.통과에 있어 한나라당과 협의하고 대화로 설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며 "앞으로 여야 영수회담도 가능하지 않겠느냐" 고 전망했다.

여권에서는 대화정치 복원을 위해 청와대 정무수석의 역할을 강화하고 정무장관직을 부활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야.정 경제포럼' 과 같은 형태로 남북관계.사회문제 등도 야당과 협상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수(李相洙)총무는 이날 "각 정당의 다면적 정치블록을 형상화해 블록간 결합을 시도하는 협의제 민주제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는 한편으론 야당과 대화를 하면서도 야당 내 개혁성향 의원들과의 연계를 시도하겠다는 뜻이다.

여권은 앞으로 친여 세력을 동원하는 우군정치와 야당과의 대화정치를 적절히 배분하며 정국을 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대화보다는 우군을 동원하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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