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인권 등서 미국·일본 동맹 금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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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고조되고 있는 일본의 내셔널리즘이나 환경정책을 둘러싼 국제적인 의견대립 등이 미국과 일본의 동맹관계를 흔드는 불씨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같은 분석은 부시정권의 대(對)아시아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소장파 일본전문가 9명이 마련한 보고서에 들어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담당 마이클 그린, 보스턴대 윌리엄 그라임스 교수 등 30~40대 소장파 일본전문가들이 지난 1년 동안 작성했으며 오는 8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50주년을 기념해 공표될 예정이다.

다음은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일 보도한 보고서의 주요내용이다.

◇ 더 커질 미국의 대일의존도=미국은 국방예산의 제약으로 평화유지활동이나 비전투원 구출 등에서 일본과 같은 동맹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미군으로서는 자위대와의 협력강화가 필요한데 이것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군과 자위대간에 지휘.통신체제의 통합이 있어야 한다.

일본은 패전후 줄곧 미군과의 '군사작전상 통합' 을 피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국쪽의 사정으로 일본은 통합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불안한 일본의 우경화=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도쿄도지사가 일본의 미국의존을 비판하고 오키나와 주민들은 주일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일본인들 사이에 민족주의 의식이 높아지고 미국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것이 미.일안보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화하자고 서두를 경우 오히려 감정적인 마찰이 생겨나 양국관계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

◇ 새로운 갈등의 불씨=환경.인권.과학기술.고래잡이 등 그동안 별로 이슈화되지 않았던 분야에서 미.일간에 대립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교토(京都)의정서를 둘러싸고 일본은 미국과 EU사이에 끼여 난처한 처지가 됐다.

일본이 조사를 목적으로 고래잡이를 재개한 데 대해선 미국이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고 미국이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보류하려는 데 대해선 일본이 조약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새로운 마찰들은 냉전기의 미.일관계를 변모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 대립이 감소될 경제분야=1970년대 이후 계속돼 온 경제마찰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다. 국제화에 따라 경제제도 면에서는 일본이 미국과 상당히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또 최근 양국 기업간의 자본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마찰해소에 기여할 것이다.

다만 일본에서는 규제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고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이것도 미국경제가 당분간 급속히 되살아날 전망이 없고 일본경제도 고성장이 어려우므로 큰 마찰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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