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환경조형예술가 이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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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뭐든지 아껴쓰던 우리가 이제는 한번 쓰고 버리는 문화에 젖어 있어요. "

지난 20년간 환경조형 예술인으로, 환경 농업인으로 활동해온 이환(李煥.49.사진)씨.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남한강변에 자리한 그의 '환경재생 조형관' 에서는 버려지는 것이 없다. 모든 쓰레기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구멍난 소화기(消火器), 바늘없는 저울 등이 한데 어울려 '로봇' 으로 되살아나 한번 쓰고 버리는 사람들의 무심함을 꾸짖는다. 다른 한편에선 마네킹이 폐 전자제품 부속과 대형 스프링.변압기 등을 달고 우뚝 서있다. 버려진 타이어가 날개를 펴고 백조로 날아오른다.

李씨는 "버려진 절망에서 희망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 이라고 설명한다.

조형관 건물 자체도 재활용품이다. 李씨는 스키용품을 만들던 공장이 문을 닫게 되자 3년전 인수해 전시관으로 개조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뜯어온 건축자재, 허물어진 한옥의 서까래 등으로 전시관을 꾸몄다. 李씨는 1995년부터 서울 난지도를 비롯해 수도권.강원도 등지에서 3~5t 트럭 3백대 분량의 작품 재료, 즉 쓰레기.폐품을 모아들였다.

지금도 1백대분은 90평 남짓한 그의 '보물창고' 를 가득 채우고 있다. 크고 작은 가마솥.자전거 바퀴와 굴렁쇠, 각종 폐전자제품, 마네킹, 조명기구가 즐비하다.

李씨는 "이제는 고물이 보물이 됐다" 며 "요즘은 폐품 구하기도 쉽지 않지만 작업하기에도 아까운 물건이 그냥 버려지고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고 말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전시관을 찾았다. 올 여름에만 환경소년단 2천명 등 2만명이 다녀갔다.

전시관 건너편에는 李씨가 직접 농사를 짓는 친환경 오리농장이 자리잡고 있다. 오리가 논에 들어가 해충과 잡초를 제거한다. 3년간 환경 농업을 한 결과 철새도 찾아들고 반딧불이도 모인다.

李씨는 틈틈이 한양대 한국환경문화예술연구소장과 양평미술협회장.한국미협 전국발전위원장 일도 맡고 있다. 99년 하남 환경박람회 때는 6~7층 높이의 '그린 게이트' 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환경재생 조형관' 과 양평의 자연을 하나로 묶어 생태관광 코스로 개발하고, 평택시 평택호 국민관광지에 '세계 희망의 나무' 환경조형 예술공원 건립에 매달릴 계획이다.

'세계 희망의 나무' 는 2002월드컵을 상징하는 2천2그루의 나무에 80억개의 기념메달을 거는 사업. 전세계 누구라도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사연과 1만원을 보내면 자신의 메달을 1백년간 나무에 걸어놓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李씨는 "평택호에 예술공원이 세워지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글=강찬수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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