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른 사춘기’ 성조숙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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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이진병원 이인규 원장은 “성조숙증으로 뼈성장판이 조기에 닫혀 키 성장이 멈추는 경우가 있다”며 부모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은 이 원장의 초등학교 어린이 검진 모습. [조영회 기자]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 할까?" "키가 얼마나 클까?" 요즘 엄마들 걱정 중 어느 것이 더 클까. 대체로 공부보다 키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 공부는 잠시 뒤쳐지더라도 다시 분발하면 된다. 그러나 키는 커야 할 순간을 놓치면 돌이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키 성장 저해요인으로 꼽는 성조숙증(性早熟症)에 대해 알아봤다.

조한필 기자
도움말=두정이진병원

천안 유일의 소아과전문병원인 ‘두정이진병원’ 이인규 대표원장은 소아과전문의로 키 성장에 주목해 왔다. 이 원장은 “아이들이 성(性)발달이 너무 빠르면 성장도 빨리 진행돼 이른 나이에 성장이 멈춰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성조숙증이 정작 아이들이 커야할 시기를 뺏어가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사춘기를 맞는 경우를 말한다. 여아는 만 8세 전에 가슴이 나오고 9세 전후 생리를 하면 성조숙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2차성징(性徵)이 진행되면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고 사춘기가 끝나면 나이와 관계없이 키 성장이 멈춘다.

호르몬 분비로 뼈 성장판이 일찍 닫혀지는 것이다. 성장판은 뼈가 자라는 장소로 팔·다리·손가락·발가락·손목·어깨·척추 등 신체 뼈 중 관절과 직접 연결된 긴 뼈의 끝부분에 있다. 이 부분이 성장하면서 키가 자란다.

뼈성장판 일찍 닫히면 성장 멈춰

[일러스트=박향미]

이 원장은 여아는 초1때부터 남아는 초2때부터 아이의 몸 변화 상태를 세밀히 관찰할 것을 권한다. 부모는 아이가 옷을 갈아입을 때나 목욕탕에 함께 갈때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남아는 만 9세 전 성기가 발달하면 의심해 봐야 한다. 고환이 발달돼 발기가 되고 심지어 몽정을 경험하기도 한다. 물론 여아가 별다른 2차성징 없이 가슴(유방)만 조기발육되거나 음모만 일찍 생기거나 초경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성조숙증일 경우가 더 많으니 유념해야 한다.

“우리 아이는 또래보다 뭐든 빨라요.” 일단 이런 아이는 성조숙증이 의심된다. 몸의 성장과 함께 사춘기가 빠르면 그만큼 키 성장도 빨리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뭘까. 여아는 특별한 원인 없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남아는 뇌종양 등에서 비롯될 때가 가끔 있다. 과거에 뇌방사선 치료를 받거나 뇌 감염 혹은 손상으로 뇌하수체가 자극돼 성선(성징)호르몬이 많이 분비된 경우다. 부모가 판단이 안 설 때는 소아과전문병원을 찾는 게 상책이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성장판 발육상태를 분별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병원에선 성조숙증 진찰과 함께 골성숙도를 살피기 위해 뼈 성장판 사진을 찍는다. 다른 질병 여부를 가리기 위해 혈액검사와 소변 검사도 병행한다. 더 세밀히 살펴야 할 경우는 황체형성호르몬 방출 호르몬 자극검사를 통해 진짜 사춘기 호르몬 상태인지 확인한다. MRI, 복부초음파, 복부단층촬영(CT)을 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조숙증은 성장판 촬영·계측으로 판명된다.

피하주사로 호르몬 효과 억제해야

성조숙증 치료는 예상 외로 간단하다. 성선호르몬을 방출케 하는 호르몬의 효능을 억제시키면 된다. 한달에 한 번씩 피하주사를 놓는다. 그러면 여아의 경우 가슴이 줄어들고 더 이상의 사춘기로의 진행이 멈춘다. 1년간 치료할 경우 안 하는 것 보다 1년에 대략 1.4㎝가 더 커졌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이 원장은 “성조숙증을 제때 치료하지 못 하면 일찍 찾아온 사춘기로 멈춰질 키 성장 기간을 늘리지 못 한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보험법상 여아는 만 9세, 남아는 만 10세 생일 전날까지 성조숙증 진단을 받아야 성조숙증 치료가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서둘러 성조숙증 여부를 밝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그래야만 1년간의 성조숙증 피하주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두정이진병원 개원한 이혜경 원장
충남 첫 소아과병원 …‘언제나 입원, 뭐든지 검사’가능

천안은 물론, 충남의 첫 소아전문병원인 두정이진병원을 개원한 이혜경 원장. [조영회 기자]

지난달 초 문을 연 두정이진병원은 소아과전문 병원이다. 서울·대전 등 대도시에만 있는 소아과병원이 충남에선 처음 천안에 문을 연 것이다. 입원실이 32개이고 심장초음파·심전도·방사선 장비 등 다양한 검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두정동 한국전력(한전) 옆에 자리잡은 이 병원은 쌍용동 이진소아과의원의 이혜경 원장이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과 교수로 10년 재직한 이인규 원장과 함께 새로 세운 병원이다. 이혜경 원장은 “쌍용동에 2002년 개원해 지금껏 부모님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다”며 “그러나 진료하면서 협소한 장소 등으로 많은 불편을 끼쳐들여 송구스런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래서 쌍용동 이진소아과와 별도로 두정동에 더 큰 병원을 열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부모님들에게서 들어온 불편 사항을 최대한 새 병원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며 “새 문제점은 점차 해결해 가장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아과 병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두정이진병원은 1층 외래진찰실 및 검사실, 2층 입원실로 구성돼 있다. 병원에 들어서면 스튜어디스 복장의 직원들이 환한 미소로 환자를 맞는다. 입구엔 작지만 아담한 유아 놀이시설이 있다.

2층 입원실은 푸근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1인 입원실이 많다. 이 원장은 “요즘 젊은 부모들은 1인실을 좋아한다”며 “아빠와 엄마 한 가족이 입원기간 동안 병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조그만 병실이지만 TV와 별도 화장실을 갖췄다. 병원으로 ‘퇴근’한 아빠들이 노트북으로 회사 일을 볼 수 있도록 무선 인터넷이 설치돼 있다. 이 원장은 쌍용동 이진소아과 근무시절 환자들이 많기로 유명한 의사다. 그러나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치 못해 환자 및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의원에서 할 수 없는 일부 검사가 있어 아픈 아이를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으로 이송시킬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미안하고 걱정스러웠다.” 이 원장은 지난 의사 생활 중 환자를 후송해야 할 때 가장 속이 상했고, 환자를 끝까지 책임을 지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워 했다.

그는 그동안 천안과 인근의 많은 유아·소아를 진찰하고 치료했다. 많은 아이들의 건강 상태와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부모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대학병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 원장은 “소아과병원은 대학병원과 달리 한 아이를 수년 간에 걸쳐 지켜보면서 연속적으로 건강 관리를 해줄 수 있다”이라며 “의사가 아이의 병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 빠른 치료가 가능하고 성장도 돌봐 줄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천성 심장질환, 내분비 등의 특수진료 검사와 처치가 가능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일반 대학병원에서 힘들게 받아야했던 진료를 손쉽게 받을 수 있다. 이 첨단 시스템은 10년 이상 소아난치병 전문분야에서 연구 경험을 쌓아온 의료진이 운용하고 있다.

두정이진병원 의사 다섯 명은 돌아가며 퇴근 후 2층 입원실을 지킨다. 숙직을 서며 환자들을 돌본다. 이 원장은 “입원실은 24시간 운영되고 있다”며 “아이 환자들은 2~3일 입원이 대부분으로 급한 환자 입원이 즉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글=조한필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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