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뜬 세상의 아름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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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출판가의 이채로운 시리즈물이 '태학산문선' 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양고전을 현대어로 옮기되, 잘 소개되지 않아왔던 소품(小品)류의 보석 같은 글만을 모아 친근감이 돈다. 너무 소박한 판형과 디자인 때문에 눈에 잘 띄지않는 것이 유감스럽지만, 이 뜬세상 편안한 읽을거리론 맞춤이다. 『뜬 세상의 아름다움』번역은 다산의 『여유당전서』를 텍스트로 했다.

단 경학자이자 경세가로서의 모습 대신 '인간 다산' 의 모습이 드러나는 글을 주로 모아 이채롭다. "안빈낙도(安貧樂道)라 했지만 막상 가난하니 안빈이 안되네. 아내에게 체통이 깎이고 자식에겐 엄한 교육을 못하겠네. " 하는 모습 말이다.

다산은 호학(好學)대왕 정조의 총애에 힘입어 '재상(宰相)영순위' 에서 급전직하해 강진 유배를 겪어서인지 사실 조심스런 인간적 풍모가 적지않게 드러난다. 번역은 말끔하다. 아니 맛깔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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