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구청 '민원협의제' 등 시행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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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초자치단체가 민원처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주민 의견을 물어 시행중인 허가민원협의제와 민원배심원제 등이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법적으로 가능한 시설인데도 허가민원협의회 등의 불허결정으로 오히려 집단시위 등을 불러일으키고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심판에서 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동구청은 최근 신천3동의 지하1층 지상5층 건물 중 1층 9백74㎡의 업무시설을 종교집회장(기도원,교회)으로 용도 변경해 달라는 H기도원의 신고를 ‘불수리’했다.

지난 7월 12명으로 구성된 ‘허가민원협의회’가 23일 무기명 투표 끝에 참석위원 12명 중 11대 1의 압도적 의견으로 내린 용도변경 불허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앞서 용도변경 대상건물 인근 주민 1백여명 등 1만3천여명은 서명을 통해 “종교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며 허가가 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며 반대해왔다.

동구청은 “도심에 기도원 성격의 종교시설이 들어서면 주민들의 행복추구권 침해와 주변의 부동산 가치 하락 등을 부를 수 있다는 주민들의 정서를 반영,허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9일 건물 용도변경을 신청했던 H기도원의 신도 6백여명은 27일 동구청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는 등 크게 반발했다.

신도들은 “동구청이 특정 종교를 편들며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용도변경이 신청된 1층이 법적으로는 종교집회장이 가능하고 4층에 또다른 교회가 입주해 있다는 점.용도변경은 하자가 없는 이상 ‘신고수리’해줘야 하지만 동구청이 접수를 미루다 불허를 결정,집단민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달서구도 인근 주민의 반대로 이곡동 일반상업지역에 유흥주점을 허가하지 않았다가 최근 열린 대구시 행정심판위원회에서 패소했다.수성구가 지난해 1월부터 시행중인 민원허가 배심원제도 불허판정을 받은 당사자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민원처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 의견을 받아들인다 해도 법적 근거가 없으면 패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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