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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산 생태계 다시 살아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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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부산 금정산의 생태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5년간 휴식년제를 실시한 결과 동.식물의 종류가 늘어나고 헐벗은 땅에는 식물이 돋아났다. 또 국내에서 보기 드문 꽝꽝나무와 서어나무의 군락지가 발견됐다.

경성대 문성기(文成基)교수.우용태(禹龍泰)조류관장은 23일 이같은 내용의 '금정산 휴식년제 생태계조사용역 최종보고서' 를 부산시에 제출했다.

부산시는 1996부터 2000년까지 범어사와 계명암 주변, 고당봉 주변에 대해 휴식년제를 실시했으며 올부터 2005년까지는 부산외대 운동장.화룡암.4망루 주변에서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팀은 휴식년제가 완료됐거나 새로 시작된 3천1백㏊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올 8월까지 생태계 변화상을 조사했다. 부산시는 휴식년제 도입 초기인 97년 5월부터 98년 2월까지 같은 지역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했다.

◇ 등산길 식물 가득=등산로의 초본식물의 피복(被服) 회복도를 조사한 결과 휴식년제가 끝난 구간에서 피복률은 12~85%에 이르렀다. 휴식년제를 시작할 당시 피복률이 8~11%에 불과했다. 사람이 짓밟아 맨땅이 돼 버렸던 등산로에도 초본식물이 새로 돋아났다는 얘기다.

전체적으로 식물상은 97~98년 1차 조사 때와 비교하면 범어사 주변은 93종에서 1백54종, 북문은 74종에서 1백20종, 고당봉은 72종에서 81종으로 각각 늘었다.

생물종 다양성의 증가는 생태계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文교수는 "휴식년제를 한 지역에서는 생태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며 "특히 금정산 동문 입구에서 꽝꽝나무 군락지가, 계명암 주변에서 수령 1백50~2백년 된 서어나무 군락지가 발견됐다" 고 말했다.

조류와 동물도 다양해졌다. 조류는 32종에서 37종으로 늘어났다. 큰오색딱다구리.검은등뻐꾸기.두견이.삼광조가 새로 발견됐고 붉은배새매 등 멸종위기의 조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소나무 점차 밀려나=범어사와 화룡암 일대에는 직경 45㎝ 이상의 노송이 활엽수에 점차 밀려나 고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범어사와 원효암 사이에는 리기다소나무가 있으나 생육은 좋지 않다. 대신 쪽동백나무.물푸레나무.옻나무.느티나무.팽나무.단풍나무.비목나무.갈참나무.굴참나무 등의 참나무류가 우점종으로 자리잡고 있다.

文교수는 "금정산에는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가 활엽수와 경쟁에서 고사하면서 소나무 숲이 활엽수림으로 바뀌는 현상이 특이하다" 며 "소나무 보호를 위해 활엽수의 선별제거작업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한편 북문과 동문~제4망루 일대 습지에는 물봉선.물방동사니.택란.골풀.방울고랭이.물억새.원추리.흰제비란 등의 습지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 외래식물도 넓게 퍼져=부산외대 운동장 주변에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돼지풀.단풍잎돼지풀 등 외래종의 군락이 발견됐다. 미국자리공도 범어사 주변과 금정산동문과 외국어대 운동장 주변 등지에서 서식하고 있어 제거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개망초.도꼬마리.망초 등의 외래식물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한편 부산시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상계봉을 포함해 북구 화명동.만덕동, 금정구 일부, 동래구 일부 지역에서 휴식년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용백 기자

*** 금정산 식물상 현황도

1 서어.쪽동백.물푸레.함박꽃. 출참나무 등 154종 서식

2 화살.생강.작살나무.맥문동. 양지꽃.꿩의다리 등 분포

3 동의나무군락.물억새.원추리. 떡갈나무.보리밥나무.수엽가래꽃 등120종 서식

4 산앵두.줄참나무.용담.둥글레.구절초 등 81종 서식

5 때죽.느티.물오리나무.노루오줌.거북꼬리 등 130종 서식

가 산벚.누리장.옻나무.까치수염 등 119종 서식

나 사람주.비목나무.애기나리.쑥 부쟁이 등 76종 서식

다 쇠물푸레.가막살.자귀나무.개미취.엉겅퀴 등 78종 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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