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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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려던 북한 공작조에 대한 영장이 신청된 20일은 황 비서가 서울땅을 밟은지 꼭 13년이 된 날이다. 북한의 통치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의 이론적 토대를 닦아 ‘주체사상의 대부’로 불린다. 1997년 2월 망명 당시 직책은 노동당 중앙위 국제담당 비서였고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사회과학자협회 위원장 등 굵직한 직함을 겸하고 있었다. 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장의위원 명단에 26위로 올랐지만 그의 한국행은 ‘주체사상의 망명’으로 불릴 만큼 파장이 컸다.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지냈고 이 학교 출신인 김정일의 주체사상 개인강사를 맡기도 했다. 1923년 2월 17일 평양에서 태어나 49년 모스크바대 철학부를 졸업한 소련 유학파다. 70년대 주체사상을 체계화해 김일성주의로 발전시켰고 제3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해외에 주체사상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서울 정착 후 탈북자동지회 명예회장 등의 직함으로 탈북자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술·담배를 하지 않고 솔잎을 이용한 생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 박승옥씨와 2남1녀를 두고 왔으나 북한 당국에 의해 숙청된 것으로 황씨는 전했다.

망명 당시 우리 정부로부터 사전에 ‘남한에서의 북한 민주화 운동 보장’을 약속받았으나 대북 유화정책을 추진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활동이 제한되자 ‘비운의 망명객’이란 말이 나왔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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