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국, 첫 본선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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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중국이 과연 아시아를 대표해 2002 한.일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을까.

한국과 일본의 자동 출전으로 본선 티켓이 2.5장으로 줄어든 아시아는 지난 16일부터 10개팀이 A, B조로 나뉜 최종 예선에 돌입했다. 풀리그를 거쳐 각조 1위는 본선에 직행하고, 2위끼리의 맞대결에서 이긴 팀이 유럽 플레이오프 진출팀과 겨뤄 나머지 한장의 주인공을 가린다. 아시아 축구의 수준상 유럽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조1위가 아니면 죽음' 의 벼랑 끝 승부다.

중국.아랍에미리트(UAE).오만.카타르.우즈베키스탄이 포진한 B조는 사상 최초로 본선 진출을 노리는 중국의 성적이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만약 중국이 본선에 오르고 한국에서 경기하게 된다면 현재 짜놓은 교통.숙박 등 모든 준비상황을 완전히 뒤엎어야 하는 초비상 상태가 올 것" 이라고 예상한다. 수십만명의 중국인들이 월드컵 기간에 한국에 몰려오는 엄청난 '중국 특수' 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본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중동 3강' 을 모두 피한 절묘한 조편성 덕을 본 데다 중국 축구의 수준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고 출신의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월드컵 때마다 멕시코.코스타리카.미국.나이지리아 등 팀을 옮겨다니며 이들을 모두 본선에 올려놓아 '월드컵 청부업자' 로 불린다.

최근 들쭉날쭉한 성적으로 한국의 히딩크 감독 이상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나는 중국 선수들의 나쁜 습관을 하나씩 하나씩 뜯어고치는 중" 이라며 "내년 이웃나라에서 벌어지는 잔치에 반드시 초대받을 것" 이라며 여유만만이다.

1차 예선 여섯경기에서 일곱골을 터뜨린 신예 스트라이커 지 후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심재원과 함께 뛰는 양천, 잉글랜드 크리스털 팰리스 소속 판즈이 등 해외파들이 속속 모여들어 25일 선양에서 벌어질 UAE와의 1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UAE는 1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4 - 1로 대파, 선두에 올랐으며 오만과 카타르는 득점없이 비겼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라크 등 중동 3강에 바레인과 태국이 가세한 A조에서는 이라크가 태국을 4 - 0으로 대파해 선두로 나섰고, 사우디와 바레인은 1 - 1로 비겼다. 전문가들은 3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사우디와 알리 다에이.카리미.바게리 등 쟁쟁한 유럽파를 앞세운 이란이 1위를 다툴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사우디는 반드시 이겨야 할 바레인전을 비기는 바람에 출발이 뒤뚱거린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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