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계윤곽 나온 베이다이허 폐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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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지도자들이 매년 여름 휴가를 겸해 개최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가 지난 주말 폐막됐다.

20일 베이징 정가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지도자들은 이 회의에서 격론 끝에 내년 가을 출범할 제16차 당 지도부의 후계구도를 확정했다.

◇ 정치국 상무위원 세대교체=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부인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은 장쩌민(江澤民.75)주석과 제4세대의 리더 후진타오(胡錦濤.59)부주석 등 두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상임위원장 리펑(李鵬.73)과 주룽지(朱鎔基.74)총리, 리루이환(李瑞環.67)전국정협회의 주석, 리란칭(李嵐淸.70)부총리와 웨이젠싱(尉健行.71)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빠진다는 것이다. 대신 부총리인 원자바오(溫家寶.59)와 우방궈(吳邦國.60), 당 조직부장인 쩡칭훙(曾慶紅.62), 국무위원 우이(吳儀.63)와 뤄간(羅幹.66) 등이 이들을 대체할 예정이다.

이중 우방궈는 江주석이 맹주인 상하이방 소속 인물이고 쩡칭훙은 江주석의 오른팔이어서 江주석의 파워가 건재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의 제3세대 여걸로 평가받고 있는 우이는 朱총리 내각의 몇 안되는 경제통 중 하나며 기술관료로 유명한 뤄간은 리펑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어서 李.朱도 자신의 인맥을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초 유임이 유력시됐던 리루이환 정협 주석은 끝내 탈락해 그 이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朱총리 카드가 막판 변수=요직 분배도 관심거리다. 江주석은 중앙군사위 주석자리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리펑 전인대 위원장과 리루이환 정협 주석이 큰 관심을 표명했던 국가주석 자리는 후진타오 부주석이 맡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당 총서기를 누가 맡을지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룽지 총리의 후임으로는 역시 전문 기술관료인 원자바오 부총리가 내정돼 2003년부터 중국의 경제를 이끌 예정이다.

한편 리펑.주룽지.리루이환 등 현재 권력 서열 2~4위는 내년 가을 제16차 당 대회 뒤 정치국 상임위원에서 물러나 당내업무에만 전념하기로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일각에선 중국 경제의 호황을 이끌고 있는 朱총리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커 "계속 큰 일을 맡겨야 된다" 는 여론이 팽배하기 때문에 이런 의견이 중국 정국구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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