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노부부, 올레길, 구름 … 카메라로 그린 세상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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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조용철 기자의 ‘하늘길 노을’. 2008년 10월 26일 중국 항저우에서.

아침이면 사람들이 펼치는 신문 속에 수십 장 사진이 등장한다. 사진기자들이 분초를 다투며 취재 현장으로 달려가 마감에 쫓기며 찍은 따끈따끈한 사진들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보도 사진’만 찍기에 아쉬운 사진기자들은 때로 사진기를 하나 더 챙긴다.

사진기자들의 외출 ‘취만부동(吹萬不同)’전은 이 과정에서 태어났다. 3년 전쯤 국회를 출입하는 사진기자들이 모여 매일 촬영하는 정치인이 아닌 다른 사진을 가지고 전시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고, 19일 그 첫 결실을 선보인다. ‘취만부동’은 ‘만 사람이 피리를 불어도 그 소리가 같지 않다’는 뜻. 전시장을 내준 법련사 보경 스님은 이 제목을 지어주면서 이런 말을 달았다. “여럿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각기 다른 자기 세계가 아닙니까? 서로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취만부동입니다.”

30일까지 서울 사간동 법련사 전시실에서 열리는 ‘취만부동’에는 각 신문사에서 20년 넘게 경력을 쌓은 강재훈·김선규·우철훈·조용철 4명 사진기자가 출품했다.

강재훈 한겨레신문 사진부문 선임기자는 지난 10여 년 사라져가는 산골 분교를 집중해 찍어왔는데 이번 전시에는 연꽃을 카메라로 그리듯 포착한 ‘염화미소’ 연작을 내놨다. UFO 사진과 생명·환경 사진으로 유명한 김선규 문화일보 사진부 부장은 전북 고창에서 만난 노부부의 일상을 그린 ‘동행’ 등 마음을 나누며 가는 사람들 얘기를 사진에 담았다. 우철훈 경향신문 사진부 부장은 삶의 여백을 찾아 다녀온 제주 올레길의 넉넉한 풍경을 풀어놨다.

하늘나라로 먼저 간 아들 운강이를 ‘구름아이’라 부르는 조용철 중앙일보 사진부 부장은 ‘구름아비’가 돼 자주 바라보게 된 하늘 구름을 마음에 담아 ‘구름 나그네’로 엮었다. 4인4색, 그야말로 ‘취만부동’이다. 02-733-5322.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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