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사참배 타협안놓고 고이즈미 "숙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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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신사 공식 참배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많은 각료까지 참배하겠다고 나서 '야스쿠니 파문' 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총리와 각료가 비록 '동시' 는 아니더라도 오는 8월 15일 같은 신사를, 같은 날 참배하는 사태가 85년 이후 처음 발생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어 파장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사실상 '최후 통첩' 으로 3개항의 해결책을 전달, 일본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불에 기름 붓는 격=그동안 일본 각료들이 8월 15일을 전후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지난해에는 8월 11일과 15일에 총 10명이 참배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총리가 참배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올해는 고이즈미가 총리로서 15일 공식 참배하려고 한다. 따라서 지난해와 올해의 각료 참배가 갖는 의미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각료 4명이 동행하든 따로 가든 15일 참배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 뻔하다.

각료들의 말 뒤집기는 앞으로도 더 계속될 것 같다. 현재 "15일 참배하지 않겠다" 고 분명히 밝힌 각료들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외상.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사카구치 치카라(坂口力)후생노동상 등 9명이어서 앞으로도 최소 4명은 더 신사 참배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더구나 고이즈미 총리는 7일 신사 참배를 위해 비서관을 야스쿠니 신사에 보내 경비태세 등에 대한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산케이(産經)신문이 보도해 총리와 각료가 8월 15일 같은 신사를 참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중국, 일본에 공 넘겨=그동안 무작정 반대만 하던 중국이 3개항을 전달한 것은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부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주장해온 고이즈미에게 무조건 가지 말라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중국과 고이즈미가 모두 명분을 살릴 수 있는 기준을 정해 제시한 것이다.

결국 공은 일본에 넘어온 셈이다. 일본이 수용하면 중국은 묵인하겠지만 거부하면 중.일 관계가 상당히 악화될 것은 뻔하다.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자민당 간사장 등 자민당 내부에서는 수용 의사가 많다. 그러나 고이즈미가 여전히 '숙고 중' 이어서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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