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타미 대통령 취임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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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란의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사진)이 보수파의 저항에 발목을 붙잡혀 둘째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식도 열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5일, 다음날로 예정됐던 대통령 취임식을 당분간 연기한다고 발표하며 자신의 직속기관인 중재위원회에 보수파와 개혁파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취임식 연기 파동은 지난 4일 개혁파가 장악하고 있는 의회가 혁명수호위위원회 신임 위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하면서 표면화됐다.

12명으로 이뤄진 혁명수호위원회는 법안의 최종 의결권을 지닌 사법부의 최고 기관으로 여섯명은 최고지도자가 임명하고 나머지는 의회와 사법부 수장이 세명씩 임명한다.

4일 사법부의 수장인 아야툴라 마무드 하셰미 샤루디가 세명의 사법부측 위원을 임명하기 위해 여섯명의 복수 후보 명단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의회가 이중 한명의 임명에만 동의해 두자리가 공석이 됐다. 그러자 샤루디 등 보수파들이 혁명수호위원회가 완전히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열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으며 하메네이는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취임식을 연기했다.

보수파들은 혁명수호위원회 전원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취임식이 치러지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하메네이가 취임식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한 중재위원회는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 등 대부분 보수파로 구성돼 있어 원만한 사태 해결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타미는 지난 6월에 치러진 대선에서 77%의 지지를 얻어 재선됐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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