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스카치블루 법정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영국의 스카치위스키 '밸런타인' 과 국산 '스카치블루' 가 법정싸움을 벌이게 됐다.

밸런타인 생산업체인 영국 얼라이드 도멕사가 3일 스카치블루 제조사 롯데칠성음료를 상대로 스카치블루의 제품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법에 낸 것.

"술병 모양과 색깔 등을 밸런타인 17년산과 거의 같게 만들어 부정 경쟁을 하고 있다" 는 주장이다.

초록색의 원통형 몸통, 중간이 볼록한 병목, 미색의 사각형 라벨 등 두 위스키의 공통점을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17년.21년.30년 시리즈로 1937년부터 생산된 밸런타인은 87년 한국 위스키시장에 뛰어든 뒤 외국 위스키 중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기품. 특히 17년산은 지난해 28만3천여병에 이어 올 1분기 17만9천여병이 팔려 국내 슈퍼프리미엄 위스키시장의 79.1%를 차지하고 있다.

밸런타인측은 "스카치블루가 밸런타인의 유명세에 힘입어 지난해 3백1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들어 4백억원대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고 덧붙였다.

롯데칠성측은 즉각 반격하고 나섰다.

"다른 외국 위스키들도 상당수가 비슷한 디자인의 병을 사용하고 있다" 며 "의장권 등록도 안돼 있는 병모양을 문제 삼는 건 억지" 라고 반박했다. 한 관계자는 "한국이 일본과 함께 밸런타인 17년산의 주요 소비국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 같다" 며 "강력히 법적 대응을 하겠다" 고 밝혔다. 98년 시판된 스카치블루의 현재 국내 위스키시장 점유율은 5~7%. 동종의 국산제품 중 4위지만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

재판부 관계자는 "술병의 모양이나 인지도 등을 법적 권리로 인정할 것인지가 이번 분쟁의 쟁점이 될 것" 이라고 했다.

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