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보재정 선진국서 배운다] 미국 전문가 조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내가 몸담고 있는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ERA)는 지난 10여년간 세계 20여개국의 의료개혁.의료재정 등을 집중 연구해왔다. 의료개혁 방향과 의료서비스 체계의 기본틀을 세우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두 가지 기본원칙이 있다.

우선 형평성(equity)을 유지하는 것이다. 의사.약사.환자.관련업계가 모두 동의하고 합의해야 의료개혁을 무리없이 계속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의료서비스 체계의 효율성(efficiency)을 높여야 한다. 특정부문의 지출을 억제하는 것보다 의료서비스 체계의 효율성을 높여야 의료현장 전반에 걸쳐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과거 클린턴 정부의 의료개혁이 실패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 너무 확대된 데 있다. 정부의 개입이 잦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자발적인 의료서비스 개선 노력이 줄었다.

정부가 통제하는 바람에 의사.환자.의료비 부담자(환자와 보험회사)들의 선택 폭이 점점 줄어든 것도 문제였다.

미국은 뒤늦게 의료개혁은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의료서비스 주체들이 앞장서 비용절감에 나서기 시작했다. 제약회사의 경우 의약품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우편배송이라는 기발한 방식을 도입하는 등 비용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의료서비스 현장 곳곳에서 나타났다.

결국 의료서비스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철저하게 시장주도형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미국이 의료개혁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다.

첫째, 특정부문이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독점.우월적인 지위를 갖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둘째, 개혁과정에서 서로 이해가 상충되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배려한다.

셋째, 환자가 치료법.비용 등 의료서비스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의사의 처방을 왜곡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나 보상제도를 금지한다.

다섯째, 새로운 의료서비스와 의약품이 끊임없이 개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리처드 로젝 박사 <국가경제硏 선임 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