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장관 “대북 군사 조치도 고려” → "발언 취소” → “응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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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이 “천안함 사건에 북한이 개입한 게 확실한 경우 우리가 군사적 또는 비군사적 대응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있을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 군사적·비군사적 모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곧바로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이 “잘못하면 전쟁 날지도 모르는데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 적어도 군사적 조치는 고려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 장관은 김동성 의원이 계속 “군사적인 조치도 옵션에 포함된다는 것이냐”고 캐묻자 부담을 느낀 듯 “그러면 그 부분은 제가 취소하겠다. 군사적이란 표현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물러섰다.

하지만 이번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이 “비군사적 조치는 외교부나 통일부가 검토하면 된다. 북한 소행으로 드러나면 국방부는 군사적 제재나 응징 수단을 검토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김 장관은 “그것이 바로 국방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해야 한다”며 처음 답변으로 돌아갔다.

김동성 의원이 추가 질의 때 “그렇다면 대응조치에 보복 공격도 포함된다는 거냐”고 확인을 요구하자 김 장관은 “군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그것을 시행하는 것은 국가적 결정이다”고 못 박았다. 김 장관은 지난 7일 천안함 생존 병사들이 환자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을 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나오는 데 대해 “서둘러 회견을 준비하다 보니 소홀했다. 차라리 군복을 입히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방부가 천안함 절단면을 제한적으로 공개하기로 한 것과 관련, “사람 얼굴도 스타킹을 씌우면 안 보이는데 절단면을 그물로 가리면 국민들이 또 우롱한다고 의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 정도면 국방부가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부분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장관은 의원들이 민·군합동조사단 명단 공개를 요구하자 “지금 공개하면 이분들이 전화에 시달려 정확한 조사를 하는 데 장애요인이 생길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김무성의 눈물=이날 회의에선 4선인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의 눈물이 눈에 띄었다. 김 의원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통해 “지금은 지친 군의 어깨를 다독이고 사기를 북돋아줘야 할 때”라며 생존 장병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벌인 사투를 일일이 소개하다가 “눈물이 나 읽지 못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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