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사참배 "강행" 여론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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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에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의견이 나올 때마다 그에 대한 반론이 더 크게 울려나오고 있다. 찬반의 공방전 수준이 아니라 전반적인 찬성의 분위기 속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힘겹게 들리는 정도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7일 사설을 통해 "외국의 '압력' 을 받아 총리의 번의를 구하는 것은 외교책임자로 취할 태도가 아니다" 며 고이즈미 총리에게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겠다는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외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다나카 외상은 26일 하노이에서 "전몰자 추도는 일본 정부 주최로 매년 8월 15일 개최되는 전국 전몰자 추도식으로 충분하다" 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계획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는 "중국.한국에 기대감을 주고 나서 결과적으로 총리가 참배를 하면 한층 강한 반발을 초래하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 이라며 "총리로서도 '타국의 압력으로 방침을 바꿨다' 고 말해지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주장했다.

요미우리는 또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본래 외교상의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고 성격을 규정한 뒤 중국.한국이 반발하지만 참배가 비판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고는 있다. 구보이 가즈마사(久保井一匡)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공식 참배는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종교적 활동에 해당하는 위헌행위" 라고 지적한 뒤 헌법존중의 의무를 지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에게 참배계획 중단을 촉구했다.

또 야당인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간사장도 한국.중국의 반발과 관련, "외교에 대한 총리의 식견이 의심스럽다" 며 "무책임한 사람에게 총리를 맡겨서는 안된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이 제대로 먹혀드는 분위기가 아니다. 자민당 내에서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계획을 굳이 거둬들일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전몰자 유족회가 자민당의 중요한 지원세력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 내의 전반적인 보수화 경향도 고이즈미 총리를 참배 강행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일본재생계획' 은 불황탈출이라는 경제적 의미를 떠나 20세기 때의 패전으로 인한 속박에서 벗어나서 '패기있는 국가' 로 다시 태어나게 하겠다는 쪽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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