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통합론 다시 떠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광주시와 전남도의 통합 논쟁에 관심이 뜨겁다.

광역자치단체 간의 첫 행정구역 통합이 이뤄질 경우 특히 비슷한 처지인 대전시 ·충남도,대구시 ·경북도 등 지역에도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은데다 행정구조 개편의 시험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치단체와 주민들간의 이해가 엇갈리고 내년 지방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 다시 불거진 통합론=최근 한 지방방송 대담프로그램에서 고재유(高在維)광주시장과 허경만(許京萬)전남지사가 원칙적으로 통합에 찬성한다고 밝힌 것이 기폭제가 됐다.

許지사는 "오는 10월까지 광주시와 시의회가 통합을 공식 결정하면 도청 이전사업을 중단하겠다" 고 밝혔다. 10월은 전남도가 목포권(무안군 삼향면)에 새 도청 건물을 착공키로 한 시기다. 이에 高시장은 "도청을 광주에 그대로 둔다면 시의회에 통합 안건을 상정하겠다" 고 했다.

◇ 통합 추진 경과=그동안 반대입장이던 광주시는 25일부터 통합에 대비할 실무전담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두 광역단체의 통합론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이 제기했고, 許지사가 95년 7월 취임하면서 공론화했다.

전남.광주 지역의 공동 발전과 행정 효율화를 위해선 86년 12월 1일 직할시(95년 광역시로 명칭 변경)로 분리됐던 광주시를 전남도와 다시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광주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전남도가 행자부에 통합을 건의하자 광주시 시의회는 96년 12월 아예 통합 반대를 결의했다. 전남.광주지역만 개편하는 것은 정치.사회.재정 등 모든 면에서 손해라는 것이었다.

정부 역시 "지역 자율문제" 라며 외면하자 전남도는 98년 말 통합을 포기했다.

그러나 도청이전 등 전남도의 탈(脫)광주화가 가시화하자 지난해부터 종전과는 반대로 광주시 쪽에서 통합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도청이 빠져나갈 경우 광주시 도심 공동화(空洞化)및 지역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전남도청 이전 반대 및 광주.전남 통합추진위원회가 도청 이전 중단 및 시.도 통합을 촉구 상경 시위를 서울에서 벌이고 한나라당과 청와대에도 탄원하는 등 시.도 양측을 압박해왔다. 일각에서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일정이 촉박해 사실상 통합이 불가능한 데도 정치적 논리에 따라 통합론을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문제점 및 전망=두 지역의 통합은 전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잃는 것이 많게 될 광주시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사회조사연구소가 지난달 광주시민 4백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4%가 통합에 찬성했고, 29%가 반대했다. 그러나 실제로 투표에 부치면 통합 반대 의견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여론이 많아 주민들간의 합의 도출이 관건이다.

전남도가 도청 이전 사업을 중단할 경우 토지보상비 등 3백12억원의 투자비가 허공으로 날아간다는 점도 문제점 가운데 하나. 물론 전남도측은 매입한 땅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돼 낭비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부.여당은 "통합문제는 시.도민이 알아서 결정할 일" 이라며 관여를 꺼리고 있어 현재로선 통합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광주〓이해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