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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자문위 : 국가혁신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총재 자문기구로 각각 운영하는 '21세기 국정자문위' 와 '국가혁신위' 를 놓고 벌이는 공방은 낯 뜨겁다.

민주당이 "혁신위는 이회창 총재의 대권욕을 채우기 위한 밀실 사조직이지만, 21세기 자문위는 순수 국정 자문기구" 라고 비난하면, 한나라당은 "21세기 자문위는 김대중 정권의 비밀 전위기구지만, 혁신위는 국가 경영 전략 연구기구" 라고 맞선다.

이들 기구는 대학 교수.전직 고위 관료.문화예술인 등 각계 인사들로 구성돼 당의 장기 전략.비전, 정책 개발 문제를 연구.자문한다고 한다. 이를 놓고 "내 것은 괜찮고, 상대방은 몹쓸 짓을 한다" 는 식의 거친 비방은 아집과 독선으로 가득찬 우리 정치 풍토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런 논란이 지식인들을 놓고 내편이냐 아니냐의 편 가르기와 세 과시로 번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판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한 외부 필진에 대해 민주당이 일단 혁신위 참여 의혹을 제기한 것도 지식인 편 가르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문기구의 관리 행태가 문제다. 자문위원들을 숨겨 놓은 채 운영하고 있다. 참여 인사들의 명단이 공개되면 정권 쪽의 '불이익' 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걱정이고, 민주당측은 참가자들이 '친여(親與)' 라는 얘기를 들을까 보안을 지킨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문화에서 이런 고충들은 이해가는 구석이 있지만 대외비 운영은 이런 저급한 논란을 가열시킬 수 있음을 지적해둔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투명한 운영이 필요하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당 공식 기구는 들러리' 라는 소외감을 토로하는 의원이 적지 않은 것은 상당부분 혁신위의 차단 운영 탓이다. 민주당 내에 21세기 국정자문위를 대폭 키우자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내년 대선을 겨냥한 지식인 끌어모으기라는 의혹이 있는 것도 보안 우선 때문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지식인들도 떳떳하게 나서야 한다. 무슨 비밀 결사단체에 나가는 듯한 자세는 곤란하다. 자문기구를 둘러싼 이런 소모적 공방은 지식인 사회를 황폐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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