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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화산책] 25. 북한의 군중문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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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필자는 남북의 문화예술 역량을 비교.검토해 달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이를 통계치로 깔끔하게 비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의 군중문화는 수치로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평양교예단 같은 공연단체의 역량은 어느 정도 측정이 가능하나 군중문화의 역량 평가는 쉽지 않은 것이다.

북쪽사람들은 대부분 잘 논다. 모였다 하면 춤과 노래가 쏟아져 나온다. '1인 1기' 교육이 잘 돼 있어 악기 다루기도 능숙하다. '문학예술 활동을 대중화할 데 대한 당의 방침' 에 의거해 군중문화가 적극적으로 육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중문화란 글자 그대로 군중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다.

웬만한 직장이나 학교.협동농장 등에는 모두 예술소조가 조직돼 있다. 모란봉가무단 등에서 활동하는 전문 문화예술인과는 별도로 비전문 문화예술인으로서 예술소조에 소속돼 활동하는 '아마추어' 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모든 예술소조원을 '비전문가' 로 규정짓기는 곤란하다. 활동만 예술소조에서 할 뿐 뛰어난 기량을 지닌 예술가도 많기 때문이다. 예술소조에서 활동하다가 일약 중앙무대로 진출하는 예술가가 많은 것은 그만큼 그네들의 평소 기량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예술소조 활동은 공장.기업소.협동농장.기관 등에서 활발하게 벌어진다.

특히 전국노동자예술소조축전.전국농업근로자예술소조축전 등에 수천명의 예술소조원이 참가해 다양한 주제의 음악.무용.화술소품을 축전무대에 내놓고 있다.

또 '전국 청년기동예술선동대 집중 경제선동경연' '전국 시.군 기동예술선동대 경제선동경연' 등이 자주 열려 어려운 경제건설에 나선 근로자들을 고무한다.

한마디로 문화예술이 경제건설의 전선에 배치돼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군중문화와 비슷한 개념을 남쪽에서 찾는다면 '대중문화' '시민문화' '민중문화' 같은 개념이 아닐까.

백화점 문화센터로 몰려드는 아줌마들, 문학동호회를 조직해 문집을 발간하면서 시와 소설을 노래하는 시민들, 대학에서 탈놀이패나 록그룹을 만들어 활동하는 놀이꾼들을 굳이 북한과 비교한다면 '예술소조' 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의 문화예술은 다르다. 분야에 따라서 심한 격차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다. 남북이 대치하는 정전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긴 역사 속에서 어찌보면 요즘처럼 남북이 저마다 '문화' 를 외치는 '문화의 황금시대' 도 없기 때문이다.

남북이 분단 속에서 각각 가꾸어 온 대중문화.시민문화와 예술소조와의 연대는 통일시대 문화강국의 황금시대를 약속해주지 않을까.

주강현 <우리민속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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