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류조상 유골 에티오피아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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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금까지 발굴된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유골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화석이 발견됐다.

미국 UC버클리대의 고고학 연구팀은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12일자)에 "에티오피아 사막에서 직립 보행 동물의 치아와 뼈의 화석을 발굴했으며 이 화석에 포함된 아르곤 가스를 이용해 연대를 측정한 결과 5백20만~5백80만년 전 것으로 확인됐다" 고 발표했다.

생성 연대가 5백80만년 전이라면 이전까지 나타난 원인(猿人) 유골 화석보다 1백만년 이상 앞선 것이다.

이전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원인의 화석은 1994년 미국 고고학팀이 역시 에티오피아에서 발굴한 것으로 약 4백40만년 전 것이었다.

발굴지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북동쪽으로 2백25㎞ 떨어진 사막이다.

이곳에서 90㎞ 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30년쯤 전에 전 인종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약 3백20만년 전의 고인류 화석 '루시' 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손.발.턱.가슴 뼈와 치아 등의 화석인데 최소한 다섯명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어금니가 발달하고 앞니가 작은 것으로 미뤄 이 화석의 주인들이 침팬지와 달리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했으며 발뼈의 형태로 보아 직립 보행을 했음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화석의 주인들이 침팬지와 다른 모습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약 5백만년 전으로 추정돼온 원인과 침팬지의 진화적 분리시기를 훨씬 더 이전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또 이 화석이 발견된 지점이 현재는 사막이지만 화석이 생성된 때에는 삼림지역이었다며 이는 원인이 직립 보행을 시작한 것은 환경 변화로 숲이 사라져 들판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라는 기존의 통설을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월 프랑스와 케냐의 연구팀은 케냐 보링고 지역에서 약 6백만년 전 원인의 유골 화석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으나 학계에서는 이 화석이 원인의 것인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또 3월에는 미국 연구팀이 "케냐에서 루시와는 완전히 형태가 다른 약 3백50만년 전의 원인 화석을 발견했으며 이 화석이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의 것으로 보인다" 고 발표했다.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영장류 화석들이 잇따라 발견되자 고고학계 일부에서는 멸종된 유인원 가운데 직립 보행을 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학설을 제기하며 직립 보행을 원인과 유인원의 구분 기준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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