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교과서 해외반응] 미·유럽, 일본 우경화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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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교과서 역사왜곡 파문과 이로 인한 외교갈등은 국제사회에서도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역사왜곡의 '피해자' 격인 중국은 일본의 수정요구 거부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정부 차원의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주요 언론들은 일본의 왜곡교과서 내용과 한국.중국 정부의 입장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 중국=9일 일본의 재수정 거부방침이 공식 발표된 이후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와 외교 공세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0일엔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이 직접 나섰다. 江주석은 일본의 연립여당 간사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역사에 불을 놓는 행위는 심각한 폭발을 야기할 수 있다" 고 강력히 경고했다.

언론도 연일 일본 정부를 강력히 성토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청년보는 11일자 사설에서 일본 정부가 "한편으로는 침략의 역사에 대해 반성한다는 입장을 계속 표명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우익 세력을 종용 또는 심지어 유인해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고 역사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고 지적하며 이는 "전형적인 이중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이라고 비판했다.

또 홍콩에서 발행되는 명보(明報)는 "한국의 항일 기개를 배우자" 며 한국 정부의 외교적 대응을 상세히 보도했다.

◇ 기타=미국의 뉴욕 타임스와 영국 BBC 등 유력 언론들은 교과서 파문을 주요 기사로 보도하면서 일본의 보수.우경화 성향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뉴욕 타임스는 10일자에서 "일본의 후소샤(扶桑社)판 역사교과서가 2차세계대전 당시 '성노예' 였던 종군위안부 운영사실 등 일본의 침략사례 가운데 가장 끔찍한 사실들을 누락시켜 한국과 중국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 소개했다.

스위스의 프랑스어 일간지 르 마탱은 '일본의 국수주의에 대한 아시아의 분노' 란 제목의 10일자 국제면 머리기사에서 "일본 역사교과서 집필자들은 일제하에서 한국인들이 일본식 이름과 일본어 사용을 강요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를 별다른 설명도 없이 '전반적으로 긍정적' 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고 전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교과서문제로 인한 한.일 양국간의 외교갈등이 한.미.일 공조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한.미 의원교류협의회 한국측 의원들을 만나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입장에 공감(sympathetic)을 표시하며 이같은 우려를 전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워싱턴=김진 특파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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