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11명 “광주로 의료관광 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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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광주 첨단종합병원에서 정성헌(오른쪽) 원장이 러시아에서 온 의료관광객들에게 검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 광산구 쌍암동 첨단종합병원은 의사 41명과 간호사 175명 등 445명이 근무하고, 병상 수가 470개인 대형 병원이다. 이 병원에서 러시아인 11명(남성 8명, 여성 3명)이 5일부터 각종 검진과 진료를 받았고, 10일까지 순천 낙안읍성과 보성 녹차밭 등을 관광하고, 광주 신계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한다.

사파뉵 니콜라이(50)는 “부인이 허리에 통증을 느껴, 치료하고 여행도 할 겸해서 광주로 의료관광을 왔다”고 말했다.

빨치산스크·블라디보스톡·나홋카에서 온 이들은 건설회사 회장이나 창틀 공장 사장 등 부유층이다. 인구가 1만8000여명인 라소시(市)의 냐스제비치 빅토르(58) 시장도 끼여 있다.

이들을 데려 온 고려인 남 예브게니(56) 빨치산스크 로터리클럽 회장은 “러시아 부자들은 더 나은 의사와 의료시설을 찾아 외국으로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의료 기술과 시설 수준은 열악하다.

이번에는 간을 진단받으러 온 알렉산드로 예투센코(50)의 경우 지난해 6월 첨단종합병원에서 디스크를 내시경으로 수술 받아 흉터가 1㎝ 정도만 남고, 사흘 만에 퇴원했다. 러시아에서라면 허리를 절개해 흉터가 7~8㎝나 되고, 보름 이상 입원했어야 했다.

정성헌(46) 첨단종합병원 원장은 “외국인 환자는 일반 수가를 받기 때문에 내국인 환자를 받는 때보다 이익이 많다”며 “관광과 쇼핑을 하며 떨어뜨려 주는 돈도 많아, 의료관광객 유치에 지방자치단체와 병·의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대형 병원과 경쟁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승부하면 된다”고 말했다.

첨단종합병원은 지난해 3월 러시아 극동지방에 사는 고려인 4세 황보라(14)군을 데려다 무료로 뇌와 발목을 수술해 줬다. 7년여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일어서지도 못했던 황군이 수술 후 걷기 시작하고 말도 배울 수 있게 되면서 첨단종합병원이 현지 고려인과 러시아인들 사이에 소문이 좋게 났다.

글=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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