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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홀] 영상자료원, 홈페이지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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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세계 최대의 인터넷 영화 창고인 IMDB(http://us.imdb.com)에 접속하면 자료의 방대함과 체계성에 종종 놀라곤 한다. 개별 영화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감독.배우 소개, 그리고 관객 평가 등이 일목요연하게 실려 있다.

우리는 어떤가. IMDB와 바로 비교할 순 없지만 한국영상자료원(http://www.koreafilm.or.kr)의 시도가 주목된다.

2일부터 홈페이지 데이터베이스(DB)코너를 통해 한국영화 관련 정보를 대폭 확대,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 문화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자료정리라면, 영상자료원의 DB코너는 이런 목표를 향한 디딤돌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임권택 감독의 단짝으로 소문난 정일성 촬영감독을 찾아보자. 그에 관한 간단한 프로필은 물론 그가 찍은 주요 작품 40여편, 그리고 수상작.스타일 등이 비교적 소상하게 올라 있다.

"예술이라는 것은 자기 나름대로의 세계관(독특한 개성)이 들어가야 한다. (중략)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시공을 뛰어넘어 촬영기사가 되려는 건 안된다" 는 그의 철학과 함께 1999년 4월에 쓴 사인도 볼 수 있다.

또 그가 임감독과 함께 81년에 작업했던 영화 '만다라' 를 입력하니 모두 아홉장의 스틸사진이 뜬다. 기존에 서비스했던 영화 소개 차원을 넘어 관련 사진도 제공하는 것이다.

아쉽다면 인터넷의 장점인 하이퍼 링크(한 화면에서 다른 화면으로 직접 이동하는 것)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 이를 테면 정일성 감독과 '만다라' 를 따로 검색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영상자료원 장광헌 과장은 "아직 자체 검색엔진을 구비하지 못했기 때문" 이라며 "연말까지 소장자료를 상호 연계해 찾아보는 시스템을 완성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DB는 영화팬들에게 한국영화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데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전에 제공하던 5천여편의 제작정보 외에 감독.배우.스태프 등 영화인 및 애니메이터 3천7백여명의 신상정보를 추가했다.

또 영화 스틸사진 1만1천여점 및 역대 한국영화 예고편과 영상자료원이 97년부터 제작하고 있는 감독.배우 등의 다큐멘터리 7백90여편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99년 문화관광부가 시작한 종합영상자료정보화 사업의 1차 결과다.

장과장은 "텍스트 위주인 IMDB와 달리 영상자료원 DB는 동영상에도 많은 비중을 뒀다" 며 "앞으론 기존 자료의 지속적인 보완과 함께 영화 기사 인덱스, 평론정보.수입외화 DB구축 등도 추진하겠다" 고 말했다. 영상자료원은 2005년까지 관련 자료를 집대성하는 데 약 1백50억원(예상액)을 들일 예정이다.

최근 급속하게 성장한 한국영화계의 위상에 걸맞도록 지금까지 빈약하기 짝이 없었던 국내 영화계의 자료를 수집.정리하려는 노력이 어떤 결실을 볼지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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