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어려워져” 증권가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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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의 푸념이다. 기업의 실적을 분석, 추정하고 이를 근거로 적정 주가를 제시하는 게 애널리스트의 가장 큰 역할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전면 도입되면 실적을 산출하는 틀이 바뀌는 데다, 변수도 많아져 기업 분석이 여간 까다롭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다.

애널리스트들이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게 ‘연결 실적’이다. 연결 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가 되면서 크고 작은 자회사들의 실적이 해당 기업의 실적에 직접 반영된다. 실적 추정의 변수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특히 해외 자회사들이 많을 경우가 문제가 된다는 설명이다. 전기전자 업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해외 자회사들의 실적은 평상시 본사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부인인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규정 중심의 회계가 원칙 중심의 회계로 변하면서 챙겨봐야 할 것도 늘었다. 새 회계기준은 원칙만 정해놓고 구체적 기재 방식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해놓은 게 특징이다. 다만 세부 사항은 주석을 달아 설명하도록 해놨다. NH투자증권 서원석 연구원은 “영업이익을 산출하는 방식도 기업별로 다를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큰 변화는 없어 보이지만 예전과 다른 기준을 택하는 기업들의 경우 과거 실적이나 다른 기업과의 비교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적 추정치와 실제 실적 사이의 괴리가 커질 경우 투자자들도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본의 아닌 ‘어닝 서프라이즈’나 ‘어닝 쇼크’가 빈발할 경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민근·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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