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그룹 MCM사업 경영권 '남매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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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2세 형제간 기업 분할을 둘러싸고 몸살을 겪었던 대성그룹의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이 이번엔 막내 여동생인 김성주 성주인터내셔날 사장과 외국계 브랜드 사업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김성주 사장은 27일 서울 신사동 성주인터내셔날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성산업이 지급보증을 내세워 위탁경영중인 MCM사업부는 지급보증이 해소된 만큼 성주인터내셔날에 즉각 돌려줘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내가 사업을 일으켰고 외환위기때도 다른 사업을 정리하면서 MCM사업을 지켰는데 대성산업이 지급보증을 빌미로 사업권을 손하나 안대고 뺏을려고 한다" 며 "이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드러났듯 金회장의 독단에 의해 비롯된 것" 이라고 덧붙였다.

MCM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독일계 패션 브랜드로, 성주인터내셔날이 1991년 이 브랜드를 들여와 가죽가방 등을 생산해서 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다. 이 사업부는 지난해 1백80억원의 매출에 20억원 규모의 세후이익을 올린, 성주인터내셔날의 핵심 사업이다.

성주인터내셔날은 金사장이 지분의 75%를 갖고 있는 제1대주주이고 김영대 회장(15%)과 김영훈 대구도시가스회장(10%)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金사장은 "대성산업이 MCM사업권을 넘기지 않을 경우 법적대응 절차를 밟을 것" 이라며 "직원을 동원해 대표이사 사장인 나의 출근을 저지하고 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별도로 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대성산업측은 이에 대해 지난해 3월 대성산업과 성주인터내셔날이 공동으로 작성한 합의서를 근거로 위탁경영권을 당분간 넘겨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 지급보증이 분쟁 발단=성주인터내셔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경영이 어려워지자 대성산업.대구도시가스 등 대성그룹 계열사의 지급보증으로 자금을 융통했다.

이 과정에서 김성주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 나게 됐고 김영대 회장은 98년말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성주인터내셔날의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성주인터내셔날은 98년 구찌브랜드 사업부를 이탈리아 본사에 2백50억원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 부채의 상당부분을 상환했다. 또 대성산업의 지급 보증으로 빌린 빚의 잔여분(30억원)을 지난 21일 모두 갚아 현재 대성산업과 성주인터내셔날 지급보증은 모두 해소된 상태이다.

◇ 합의서 작성경위=金사장은 이날 회견에서 "합의서는 대성그룹창업주이자 선친인 김수근회장이 병석에서도 반대했으나 끝내 작성됐다" 며 "이를 지켜본 선친은 생전에 원상복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고 말했다.

金사장은 "당시 金회장이 MCM사업부가 일정한 수익을 올려 성주인터내셔날의 재무개선에 이바지 할 경우 경영권을 넘기는 합의서를 작성하라고 말했고, 그렇지 않으면 바로 부도를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고 주장했다.

심지어 金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때는 성주인터내셔날의 지분 40%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등 위탁경영에 들어갈 때부터 사업권 찬탈을 기도했다고 金사장은 주장했다.

金사장은 또 "지난해 대성산업은 자금력을 앞세워 이브생로랑 본사와 협의를 거쳐 성주인터내셔널의 이브생로랑 사업부를 인수했다" 며 "최근 대성산업이 MCM 본사와 가까워 진것도 MCM사업권을 가져가려는 전략의 일환" 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대성산업 해외사업부 직원 등 40여명이 출입을 통제했고 金사장이 MCM사업부 관련 서류를 들고 나가려 하자 직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이를 막았다. 金사장은 사설경호원들로부터 신변보호를 받았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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