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식량 구걸” vs “친구는 친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한이) 또 식량과 무기를 (중국에) 구걸하려고 오겠다는 거냐.”

“(중국과 북한은)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림) 관계다.”

“(양국은) 영원한 형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설이 중국에 퍼지면서 중국 네티즌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인 4억 명에 달한 중국 네티즌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에 찬반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텅쉰왕(騰訊網)과 왕이왕(網易網)을 비롯한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 뉴스를 주로 다루는 환추왕(環球網)에도 적잖은 댓글이 붙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4월 하순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4일 중국 단둥 접경 지역인 신의주의 초소에서 북한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비판론 우세=방중설 보도를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예상보다 북한과 김 위원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더 많이 보였다.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에 대해 “식량과 돈을 구걸하려 한다”고 단정했다. “북한 같은 나라가 이웃이라니 부끄럽다”거나 “(3대) 세습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글도 올랐다.

격한 표현을 동원한 인신공격성 댓글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김 위원장을 “(중국) 정부의 친구일지는 몰라도 (북한) 인민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중국) 지방정권의 우두머리(土皇帝)”라고 비아냥댔고 “차라리 중국의 한 개 성(省)으로 들어오라”며 역사문제를 건드리기도 했다.

중국의 국가 이익을 강조하며 논리적으로 분석하려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중국은) 미국을 막기 위해 (북한을) 방패로 삼아야 한다”거나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치기만 하면 식량이든 무기든 다 주자”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북한을 동정하거나 옹호하는 댓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국전쟁을 염두에 둔 듯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다)전쟁을 잊었느냐”고 호소하거나 “(못 살고 문제는 있어도) 친구는 친구”라고 감싸는 네티즌들이 이런 부류다. 한 네티즌은 “미국에 맞서는 대단한 나라”라고 북한을 치켜세웠고 또 다른 네티즌은 “가난해도 북한은 강한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바닥 민심 반영”=2006년 1월 김 위원장의 4차 방중 때 까지만 해도 중국의 전반적 여론은 북한을 감싸려는 동정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 정권을 꼬집는 발언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중국 지도자들의 반대에도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 두 차례 핵실험을 강행한 데 따른 거부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