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해 비극 와중에 납득 안 되는 MBC 노조 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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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아침부터 MBC TV 화면이 ‘땜질용’ 재방영 프로그램으로 채워지고 있다.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뉴스는 비(非)노조원인 간부급이 나서서 진행하고 있지만, 방송 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등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은 파업으로 진행자들이 놓아버린 마이크를 가수·방송인·교수 등 외부인들이 대신 잡고 있다. MBC는 명색이 공영방송이다. 천안함 침몰 사태로 지금 온 국민이 경악과 슬픔에 빠져 있다. 수색·인양과 진상규명 과정을 소상히 취재해 국민에게 전해야 할 사명까지 내던질 파업 명분이 과연 있는가.

상식에 비추어 보자. MBC 노조의 파업은 김재철 사장이 자신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나흘 전 한 특임이사를 부사장으로 선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큰 집에서 불러 조인트 까고…”라는 식의 발언 파문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김 사장이 고소한다더니 왜 아직도 안 했느냐는 이유라고 한다. 신임 사장이 노조와 ‘누구 누구는 자리에서 내쫓겠다’고 약속했다는 것도 상식 밖이지만, 그 약속이란 것을 지키지 않는다고 파업을 벌이는 일은 일반의 상식과 더욱 동떨어진 처사다. 또 특정인을 고소하겠다는 말이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공영방송이 파업까지 벌일 사유인가. MBC 인사야 그들 내부 문제지만, 사장이 자기와 일할 사람 한 명 데려오지 못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결국 ‘노조에 의한, 노조를 위한 MBC’ 시절을 어떻게 하든 연장해 보려는 파업에 불과하다고 우리는 본다. 다수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상식 밖의 파업도 그래서 버젓이 감행되는 것이다.

MBC 구성원들이 파업 대신 몰두해야 할 일은 공영방송다운 객관성·중립성 확보와 경영의 투명성 제고다. MBC는 지난해 7월, 12월에도 미디어관련법 개정에 반대한다며 파업을 벌였다. 습관성 파업보다는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글로벌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더 고민해야 옳다. 노조에 휘둘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MBC 저녁 뉴스 시청률은 KBS에 한참 뒤처졌고, SBS에도 따라잡히는 신세가 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