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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쉽게 풀어 쓴 현대 경제학의 흐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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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제국을 건설한 사람들
윌리엄 브레이트 배리 허쉬 편집
김민주 옮김, 미래의창, 520쪽, 1만7000원

경제학은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이라는 인상을 준다. 수식과 그래프가 많이 등장하고 복잡한 이론 투성이다. 현실에 대한 진단과 처방도 경제학자마다 제각각이다. 고명하다는 경제학자 수십명이 모여도 일치된 결론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밀턴 프리드먼(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에게는 경제학이 참으로 매력적인 학문이다. 그는 “경제학을 가장 매혹적인 분야로 만드는 것은 기본법칙들이 너무나 단순하여 한 페이지에 모두 적을 수 있고, 누구나 그것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전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폴 새뮤얼슨(70년 수상자)은 한술 더 떠 “경제학은 나를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라고 자랑한다.

『경제학의 제국을 건설한 사람들』은 이런 경제학의 대가들이 자신의 학문적 역정(歷程)을 털어놓은 특이한 책이다. 현대 경제학의 지평을 넓혀온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8명이 상을 받은 뒤 미국 텍사스의 트리니티대학교에서 ‘경제학자로서 나의 진화(My Evolution as an Economist)’란 주제로 자신의 생애와 경제사상에 대해 강연한 내용이다.

경제학의 대가들답게 수식이나 그래프 없이 자신의 경제사상을 쉽게 풀어냈다. 제임스 토빈이 81년 수상자로 결정된 뒤 주요 업적인 ‘포트폴리오 이론’을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이들이 경제학을 평생의 업으로 선택하게 된 동기도 흥미롭다. 애초에 경제학에 관심이 없었지만 뛰어난 지도교수를 만나 경제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대공황 등 어려운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을 찾아 경제학을 접하게 된 수상자도 있었다.

다른 노벨상과 달리 69년 제정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올해까지 55명. 이중 18명이 자신의 중요 업적을 일반인 대상으로 최대한 쉽게 설명한 이 책은 현대 경제학의 주요 흐름을 잘 보여준다. 노벨 경제학자들의 학문적 성장 과정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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