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제비' 장마전선에 수증기 공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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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랜 가뭄 끝에 찾아온 장마는 때마침 북상해온 태풍 '제비(CHEBI.한국제출 태풍명)' 가 가세하면서 24일 경남 남해에 3백㎜가 넘는 비를 퍼부었다. 전남과 경남지역은 이날 하루 동안 대부분 지역에서 1백㎜ 이상의 비가 내렸다.

이처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린 것은 동서로 비스듬히 자리잡은 장마전선에 열대성 저기압으로 변한 제2호 태풍 '제비' 의 수증기가 다량 유입됐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필리핀 마닐라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 제비는 당초 중국대륙으로 북동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중국 상하이 부근에 상륙한 태풍은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편서기류를 타고 북서쪽으로 진로를 선회, 장마전선의 남서쪽 뿌리와 맞닿은 것이다.

'제비' 는 24일 오후 9시를 기해 저기압으로 약화돼 25일 오전 한반도를 관통해 동해로 점차 빠져나갈 전망이다. 다행히 한반도 상륙 전에 태풍으로서의 위력은 잃었지만 장마전선과 결합돼 거센 비바람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충청 이남지방에 25일까지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최대 30㎜ 안팎의 집중호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달 중 밀물의 수위가 가장 높을 때라 남해안.서해안 저지대는 침수 가능성도 크다" 고 말했다.

25일 예상강우량은 서울.경기 10~40㎜, 강원 20~40㎜(많은 곳 80㎜ 이상), 충청이남 30~60㎜(많은 곳 1백㎜ 이상)이다. 남해.서해에 걸쳐 있는 폭풍주의보는 25일 새벽 동해 전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번 비는 저기압 세력이 동해로 빠져 나가는 25일 오후 늦게 일시적으로 그쳤다가 장마전선이 재차 북상하면서 26일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내릴 전망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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