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관씨 한국전 참전국 돕기 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6.25 때 우리를 도왔던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한국전쟁 직후 외국 구호단체의 도움을 받으며 자랐던 어린이가 어른이 돼 한국전 참전국가들의 어린이 돕기에 나섰다. 주인공은 최재관(崔在寬.53.사진)씨.

崔씨는 전쟁 직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경북 문경에서 두 누나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아버지가 주민들과 함께 공비토벌 작전에 투입돼 한달에 10여일 이상씩 집을 비우는 바람에 하루 한끼 얻어먹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다행히 평소 세 남매의 처지를 걱정하던 이웃 어른들이 '플랜인터내셔널' 이라는 외국 구호단체를 연결시켜 줬다. 이후 매월 이 단체 회원인 미국인 양부모가 보내주는 밀가루와 우유 등을 받아 끼니 걱정은 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게 됐다.

崔씨는 주위 어른들로부터 "6.25 때 참전해 도와준 사람들과 먹을 것을 보내줘 살게 해준 사람들을 잊으면 안된다" 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신문을 통해 플랜인터내셔널 한국지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6.25 참전국 가운데 한 나라의 어린이를 연결해 달라고 이 단체에 부탁해 필리핀 어린이를 소개받았고 1년6개월째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崔씨는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매월 일정액을 이 단체를 통해 송금할 때마다 어린시절 받았던 그 우유통이 생각나 눈물짓게 된다" 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는 직접 필리핀에 가서 자신의 도움을 받는 레오비넬 라구톰(11)군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또 1997년 에티오피아의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식량난으로 힘겹게 살고 있다는 내용의 TV 프로그램을 본 뒤 이들의 연락처를 구해 친구들과 함께 이따금씩 구호 물자와 격려 편지를 보낸다고 했다.

플랜인터내셔널 한국위원회 02-3444-2216.

전진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