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하게’가 돈 되는 세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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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착하게 살자!’라는 구호가 있습니다. 이 구호를, 어깨 쓰는 형님들의 팔뚝에나 새겨지는 구호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아날로그 세대입니다. 이 구호를 쓰는 기업은 놀랍게도 그 이름의 가치만 120조원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인 구글입니다. 영어로 ‘Don’t be evil!’입니다.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모시는 성프란체스코는 ‘평화의 기도’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줌으로써 돈을 벌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어스와 안드로이드입니다. 구글어스가 세계 인터넷 지도 서비스의 대명사가 된 것은 자신들이 만든 구글어스의 기술, 즉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조건 없이 나눠주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용 OS(Operating system)를 아낌없이 나눠주며 또 한번 유명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스마트폰 하나가 지금 우리나라 IT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습니다. “그 스마트폰 하나 때문에 이동통신사업자가 단말기와 콘텐트를 좌지우지하던 관행이 무너졌다더라.” “그 스마트폰의 2009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1%대였지만 이익 점유율은 30%대였다는데?” “우리나라 메이저 이동통신회사와 단말기 회사들이 비상이래.”

어떤 사람이 하루에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에 상가를 지었다면 그 사람은 ‘황금상권이니까 점포 임대료를 아주 비싸게 받아야지’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점포를 무료로 임대해 주며 하는 말이 ‘우리가 당신 물건 대신 팔아주고 이익의 30%만 가지겠다. 70%는 당신이 가져라’라고 말하는 곳이 있습니다. 모바일 콘텐트 상점인 앱스토어(App store)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지만 돈이 없어 상점을 못 열던 전 세계 두뇌들이 구름처럼 모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비즈니스 세계의 격언은 “독해야 돈을 번다. 착하면 이용만 당한다”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비즈니스 세계의 격언이 바뀌었습니다. 바로 “착해야 돈을 번다. 주어야 돈을 번다”입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착해야 돈을 버는 시대가 된 것일까요? 그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고객 만족의 내용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옛날 고객은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주면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릅니다. 문제 해결은 누구나 다 하는 거니까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하는가? 즉 오감(五感)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바야흐로 문제 해결형 고객 만족 시대를 지나 오감 행복형 고객 만족 시대가 왔습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세상에 동일한 스마트폰은 하나도 없습니다. 주인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어떤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스마트폰이 됩니다. 그런데 그 애플리케이션이란 것이 각 분야의 매니어들이 자신을 열광시키던 콘텐트를 상품으로 만들어 앱스토어에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같은 감각을 지닌 이들을 끝없이 행복하게 만듭니다. 즉 앱스토어는 오감 행복을 파는 상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쌍둥이의 감각이 서로 다른, 한 사람이 10가지 이상의 감각적 욕구를 지니는 일인십색(一人十色)의 시대입니다. 이 무수한 감각들을 ‘한 기업의 내부적인 힘만으로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입니다. 기업이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며, 감각을 가진 한 사람의 고객이자 동시에 크리에이터인, 전 세계 두뇌를 상시로 모으지 않는 한, 그 어떤 기업도 이 감각들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고객의 감각 만족의 문은 이미 열렸습니다. 그 누구도 그것을 다시 닫을 수는 없습니다. 고객의 지갑을 열려면 그 감각을 만족시키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송치복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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