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UC 버클리 입학처장 서울대에 '훈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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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학이 공부 잘하는 학생만 뽑는다면 사회 기여의 폭은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

21일 서울대의 입시제도와 관련해 '훈수' 를 두기 위해 방한한 리처드 블랙(59.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UC버클리대 입학처장.

서울대와 UC버클리대는 지난해부터 입시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왔다. 2002학년도부터 크게 바뀌는 서울대의 입시제도도 상당부분 버클리의 제도를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 버클리대의 입학제도를 소개한다면.

"버클리도 1990년대 초반까지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등 성적 위주로 학생을 뽑았다. 이것이 90년대 중반부터 크게 바뀌었다. 전체 8천8백명의 입학생 중 절반은 성적위주로 선발하고 나머지 절반은 학생 개인별 특수재능과 성장 환경을 평가해 뽑고 있다. 예를 들면 고교 때 운동선수로 탁월한 리더십을 보인 학생, 소년소녀가장 출신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실히 생활한 학생 등이 대상이다. 이를 위해 입학처에 60명의 전문위원을 두고 있다. "

- 입학제도를 변경한 이유는.

"버클리는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학교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주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학생을 배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교수들과 고교 교사들도 모두 만족해 한다. "

- 버클리의 입시제도가 서울대와 다른 점은.

"버클리는 고교간 격차를 인정한다. 학력수준이 높은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의 1등을 같이 평가할 수는 없다. 형평성은 개인별 평가를 통해 보완한다. "

- 한국은 교육열 등으로 입학제도 변경이 쉽지 않다.

"미국 학부모들도 자식을 이른바 '아이비 리그' 대학에 보내려 하는 욕심은 다 있다. 고교 상담교사들은 이들에게 차선의 대학을 택하더라도 충분히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설득한다. 한국의 경우 서울대라는 한 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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