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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기후파생상품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날씨에 투자하세요. 잘만 예측하면 큰 돈을 법니다. "

기후파생상품의 인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998년 처음 선보인 이후 미국에서만 90억달러 시장으로 커졌다. 날씨가 변덕스럽기로 소문난 영국에서도 이런 파생상품이 주목받으며 거래회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한다.

기후파생상품은 날씨와 계절요인으로 인해 매출에 큰 영향을 받는 회사들이 손실보전을 위해 미리 사두는 신종 금융상품이다. 회사마다 벌이는 사업이 다르듯 기후파생상품의 조건도 각양각색이다.

실제 상품을 뜯어보자. 런던의 와인체인점 코니&배로는 6~9월의 목.금요일 기온이 24도를 넘지 않으면 그때마다 파생상품회사(스피드웰 웨더)에서 1만5천파운드(약 2천7백만원)를 받는다. 목.금요일은 주말을 앞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술 한잔 하기 좋은 날. 그런데 날씨가 더워야 여름밤 와인바를 찾는 손님이 늘어난다. 그래서 이 와인바는 특정 기온을 조건으로 내건 이런 파생상품을 사두었다.

이 상품은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팔린다. 일반 투자자들은 나름대로 날씨정보를 수집해 기온이 24도보다 오를 확률이 높다고 판단이 서면 이 상품을 산다. 24도보다 높아지면 파생상품회사는 코니&배로에 돈을 내줄 필요가 없고, 이 와인바에서 받은 파생상품 구입비(하루 기준 약 3천파운드)를 투자자들에게 나눠주게 된다.

캐나다의 봄바르디어는 98년말 스노모빌 '스키두' 를 팔면서 그해 겨울 적설량이 전년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면 소비자들에게 1천달러씩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스노모빌이 1만달러이니 판매가의 10%를 환불금으로 정한 것이다. 봄바르디어는 이 때 눈이 적게 올 경우에 대비해 기후파생상품을 샀다.

스노모빌 판매지역에 따라 적설량이 다른 관계로 판매대수당 45~4백달러를 주고 파생상품을 사두었던 것.

이때 눈이 많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 투자자들은 이 상품을 중개회사를 통해 다시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그해 눈이 많이 와 투자자들은 봄바르디어가 내놓은 파생상품 구입대금을 역시 나눠 가졌다.

기후파생상품이란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고안해낸 것은 미국의 대형 정유사 엔론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의 린다 클레몬스 부사장은 "태풍으로 정유시설이 큰 피해를 보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 보험상품이다. 하지만 올겨울 날씨가 예년보다 3도 가량 높아져 난방연료 수요가 줄고 매출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기후파생상품" 이라고 말한다.

계절수요를 많이 타는 에너지사라 손실을 메울 방법을 찾다보니 이런 상품을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기후파생상품의 조건과 금액결정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과거 날씨자료 데이터베이스와 정확한 예보기술.

영국의 국영 기상연구소는 중개회사 엄브렐라 브로커와 50대 50으로 투자해 벤처회사 웨더익스체인지닷컴(http://weatherexchange.com)을 차렸다.

미국 시사지 타임 집계에 따르면 특정지역의 세밀한 날씨정보를 기업들에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가 미국에만 1백50개에 달한다고 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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