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황령산] 下. 대안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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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황령산 문제 해결을 위한 '솔로몬의 지혜'는 없을까.

이 문제는 수년간 끝없는 평행선을 달려왔다.'개발','보존'주장이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그만큼 이 문제는 민감한 현안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민단체 ·학계 ·여성단체 등 일부에서 파헤쳐져 방치된 황령산을 환경친화적으로 꾸미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등 활용방안을 찾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들은 개발을 무조건 반대만 하기보다는 황령산을 최대한 복원하면서 시민 편의시설을 조성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보존이라는 원칙에만 얽매이지 말고 개발보다는 활용한다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해 자연친화적인 시설을 만들자는 것이다.

국가가 법으로 보장한 시설에 투자한 민간기업에 더 이상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스키돔 개발 업자도 한 걸음 물러나 황령산 운동지구를 운동시설·자연공원으로 개발하되 원래 개발면적의 10%만 개발하고 나머지는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세욱(徐世旭)목요학술회 사무처장은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절개지 2만 평을 자연상태에 가깝게 복원하면서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徐 처장은 "원칙적으로 환경보호를 원한다.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대안없는 반대보다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먼저 고려할 때다.온천개발이 아닌 운동시설이나 눈썰매장 등을 만들어 시민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徐처장은 "도심지에 삼림욕을 하며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용태(禹龍태)경성대 조류관장은 "황령산이 이대로 방치돼서는 안된다"며 "두 차례에 걸친 황령산 생태계 조사 결과 수목이 좋지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어떤 방식이든 개발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禹 관장은 "개발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시민 휴식공간이나 위락시설을 자연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시민 정서에 크게 어긋나지 않도록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禹관장은 "스키돔 건설도 나쁘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경성대 문성기(文成基·생태학) 교수는 "암반이 드러날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된 환경을 그대로 두면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어 자연친화적인 복원이 절실하다"며 복원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文교수는 또 "자연녹지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레크리에이션도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시민의 이익이 어디에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인호(朴仁鎬)부산경제 가꾸기 시민연대 공동의장도 "황령산을 이대로 놔두면 더 황폐해 진다.살아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사람이 손만 대면 파괴된다는 환경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朴의장은 "만일 업자가 필요없는 시설을 일체 금지하고 막대한 훼손복구비용을 책임지겠다면 타협의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며 "스위스나 일본 요코하마 같은 곳도 시설과 환경을 조화롭게 만들어 관광자원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경제 가꾸기 시민연대는 이 같은 분위기를 집약해 곧 '도심 여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어 해결의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개발 반대의 목소리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성근(李成根)자연생태부장은 "문제지역의 유원지지구 고시 자체가 잘못됐다"며 "유원지고시 자체를 철회해 개발계획이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李 부장은 또 "부산시가 사업을 잘못 추진한 데 대해 먼저 시민에게 사과를 해야한다"며 "훼손된 부분은 마음만 먹으면 원상복구 할 수 있는데도 사업시행기간을 1년 더 연장한 부산시장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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