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식인 지도] 윌슨의 대담한 지성 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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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에드워드 윌슨이 새로운 생각을 발표할 때마다 사람들은 경청한다. 그리고 새로운 논쟁이 지펴진다. 하버드대의 석좌교수이자 개미에 대한 연구로 저명한 윌슨은 1975년 『사회생물학』을 발표해 20세기 생물학의 한 분야를 새로 열었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회성 동물들은 자신의 유전자 속에 기재된 그대로 행동하는 이기적인 존재에 불과하다고 규정하였다.

다시 말해, 우리 인간이 하는 선한 행동들, 예컨대 약자에 대한 동정심.사랑.육아 따위는 대부분 유전적 근원을 가지며 도덕적인 행동이란 휴머니즘적 원칙이나 감정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유전적 이기심을 충족시키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던 것이다. 70년대 냉전 시대에 이런 대담한 이론이 미국에서 발표되자 격렬한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의 이론을 인간에 적용해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고자 했던 78년의 저작 『인간 본성에 대하여』는 퓰리처상 수상작이 된다. 자신의 이론을 설명한 과학자의 저서가 문필가에게 주는 미국 최고의 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였다. 90년 윌슨은 일생 동안의 연구 대상이었던 개미에 대한 저작 『개미』를 발표해 다시 한번 퓰리처상을 받았다.

1980년대에 이르러 윌슨은 자신의 오랜 자연 관찰에서 얻은 생생한 경험들을 토대로 해 『바이오필리아』(84년)와 『생물다양성』(89년)을 잇따라 발표한다. 이후 그의 독특한 생명사랑 정신은 『바이오필리아 가설』(93년) 『생명의 다양성』(93년) 『자연주의자』(94년) 『자연의 탐구』(96년) 등 일련의 저서를 통해 완성된다.

98년 윌슨은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하는데 『컨실리언스 : 지식의 통합』이라는 저작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생물학』과 마찬가지로 발간되자마자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이 책에 대해서 지지자들은 그 내용이 평소의 윌슨답게 대담하고 도발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반대자들은 지적으로 편중된, 단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된 우파적(右派的) 주장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컨실리언스(consilience)' 라는 단어는 웹스터 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에서 윌슨은 인류의 역사란 결국 이제까지 별개의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추구되었던 미지에 대한 탐구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서로 통합되어 새로운 세계의 탐구를 도모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화학과 유전학이 결합되어 20세기 후반에 분자생물학이라는 놀라운 과학 분야가 새로 탄생한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로는 '대통합' 정도로나 해석될 수 있는 컨실리언스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윌슨은 인류 문명의 모든 업적들, 종교와 경제와 심지어 예술에 있어서까지의 모든 영광은 이제 과학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다시 말해, 윌슨은 이제까지의 인류 역사는 곧 과학과 인문학의 통합 과정이며 또 앞으로의 역사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이다.

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소장.환경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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