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부대 및 레이더기지 영종도 이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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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인천시와 국방부가 송도 미사일 부대 및 문학산 레이더 기지를 비밀리에 중구 영종도로 이전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현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영종도 주민들은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국제자유도시로 개발될 희망의 땅이 화약고로 변하게 됐다"며 "미사일 부대 이전을 적극 저지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전 계획=지난해 6월 10일 인천시와 국방부는 연수구 동춘동 나이키 미사일 부대와 문학산 레이더 기지를 영종도 백운산과 금산 일대로 이전한다는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이같은 내용은 인천시가 군사보안 등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으나 한나라당 서상섭(중·동구,옹진군)의원이 국방부를 통해 이를 확인하면서 1년여만에 드러났다.

합의각서에 따르면 시는 이들 부대의 이전 비용(땅 6만2천평 매입비,건물 39동 건설비)을 모두 부담한다는 조건이다.이에 따라 시는 올해 8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시는 군부대가 옮겨가고 남는 땅을 시유지로 편입한 뒤 절차를 밟아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할 계획이다.

왜 이전하나=지난 1998년 12월 4일 발생한 나이키 미사일 공중폭발사고가 기폭제가 됐다.이 사고로 미사일 부대 인근 동춘·옥련동 주민 10여명이 다치고 건물 70여채가 파손되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었다.

사고직후 주민들은 주거밀집지역에 위험시설인 미사일 부대가 있을 뿐 아니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지역발전도 저해한다며 청와대·국회 등에 부대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 부대로 인해 개발 중인 송도 정보화신도시의 고도제한조치 등을 우려한 시·도 주민여론을 등에 업고 국방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였다.

주민 반발=영종지역 발전협의회 등 주민들은 최근 ‘미사일 부대 이전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섬 곳곳에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전 주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조만간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4월 12일 송도 미사일 부대 영종도 이전계획에 대한 사실 확인을 시에 요청했으나 군사기밀사항으로 언급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시가 이미 국방부와 이전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부대위치까지 선정하는 등 이전 작업을 구체화했으면서도 주민들에게만 이를 감추려는 자세는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 강영수(45)씨는 “시는 미사일 부대외에도 현재 인천시내에 자리잡은 학익동 특정지역까지 이곳으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영종도를 마치 ‘못쓰는 물건 버리는 땅’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인천시·중구청 입장=시는 지난 2월 영종도 백운산 일대에 부대위치를 선정한데 이어 최근 이전예정부지의 형질변경서를 관할 중구청에 접수했다.

시 도시개발본부가 구에 접수시킨 형질변경서는 미사일 부대 이전 대상지의 산림훼손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시는 부대 영종도 이전 계획을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반면 중구는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데도 시가 부대 이전을 밀어부치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이전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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