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 위험관리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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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적립식 펀드의 투자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봉급 생활자에서 학생.군인에 이르기까지 투자대열이 꼬리를 문다. 그러나 적립식 펀드가 돈을 불려주는 만능 상품은 아니다. 일정액씩 나눠서 꾸준히 투자하는 것일 뿐이지 기본적으론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따라서 꼼꼼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적립식 펀드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 본다.

◆ 10년 수익률이 연 2%대? =최근 한국펀드평가에서 1994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매월 말일 종합주가지수를 따르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한 경우 10년 간 총 누적수익률이 24.7%, 연 평균으로는 2.47%에 그쳤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종합지수가 최근 10여년간 500~1000 박스권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이 조사는 적립식 펀드도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그러나 KTB자산운용 장인환 대표는 "적립식 펀드가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종합주가지수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4년 3만~4만원대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40만원대로 10배 이상 올랐다. SK텔레콤 등 다른 우량주들도 흐름은 비슷하다.

◆ 장기투자가 유리? =적립식 투자의 장점인 매입 단가 하락 효과를 누리려면 3년 이상 장기 투자해야 한다. 다만, 중도해지수수료 등을 감안할 때 계약을 1년 단위로 갱신하는 편이 낫다. 계약기간 중에 주가가 많이 올라 환매하고 싶어도 해지수수료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계약기간 이전에 환매를 하면 최근 3개월 수익의 7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또 무작정 정기 납입에만 의존하지 말고 주가가 많이 빠졌을 때는 여윳돈을 추가로 넣는 것도 방법이다. 대부분 판매사는 정기 납입 외에 추가 납입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시 추가로 돈을 넣으면 평균 매입단가를 더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적립식 투자의 개념과 어긋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 은행적금과 비슷?=적립식 펀드를 은행들이 많이 팔고 있다 보니 은행상품인 적금과 같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적립식 펀드도 원금손실이 날 수 있는 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랜드마크투신 고희탁 주식운용팀장은 "적립식 펀드는 무조건 오래 투자한다고 수익이 높은 것은 아니며 빠져나올 환매시점을 잘 선택해야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부가서비스가 중요? =적립식 펀드가 은행.증권.보험의 주력 상품으로 뜨면서 마케팅 과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각종 보험 혜택 등 부가서비스를 내세우는 상품도 많다. 부가서비스를 받는 게 고객 입장에서 손해 볼 일은 아니지만 이를 상품을 고르는 중심 잣대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제로인 이재순 팀장은 "부가 서비스나 단기간 수익률에 현혹되지 말고 운용사의 그동안 성과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지를 반드시 챙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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