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잊고파" 산골소녀 영자 불교귀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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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모 이동통신회사 광고모델로 등장했다 아버지를 비명에 잃은 강원도 삼척의 '산골소녀' 이영자(李英子.19.사진)양이 끝내 도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산으로 되돌아갔다.

李양을 보호해 왔던 삼척경찰서 관계자는 12일 "李양이 지난 4월 10일 머리를 깎고 삼척시 관내의 한 사찰로 들어갔다" 며 "법명까지 받아 아버지의 명복을 비는 1백일 기도에 정진하고 있다" 고 밝혔다.

李양은 지난해 모 TV의 '그 산속에 영자가 살고 있다' 는 프로그램에 아버지와 함께 출연, 산채를 뜯고 벌통에 꿀이 모아지기를 기다리는 등 자연 그대로의 생활을 서정적으로 전하면서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그러나 이후 CF에 출연하면서 인생항로가 1백80도로 바뀌었다.

삼척시 신기면의 인적없는 산골에서 나와 후견인을 자처한 金모(59)씨 집에서 검정고시 준비를 하는 등 도시생활에 적응하려 애썼다.

그러나 산골에 홀로 남은 아버지가 지난 2월 9일 CF 출연료를 노린 강도에게 살해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홍진(紅塵)에 질려버린 李양은 아버지의 상을 치른 뒤 삼척경찰서 한 여형사 집에서 머물면서 수시로 "절에 가고 싶다" 고 말해왔다고 한다.

삼척=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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