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천재' 제니퍼 캐프리어티(25.미국)의 시대가 열리는가.
세계랭킹 4위 캐프리어티가 10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센터코트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에서 2시간21분의 혈투 끝에 세계 14위 킴 클리스터스(18.벨기에)에게 2 - 1(1 - 6, 6 - 4, 12 - 10)로 역전승했다. 호주오픈에 이어 올 시즌 두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그는 상금 56만달러(약 7억2천8백만원)를 챙겼다.
두 선수는 1, 2세트를 주고받은 뒤 마지막 3세트에서 무려 1시간17분 동안 혈전을 벌였다.
대회 규정상 마지막 세트에서는 타이브레이크를 적용하지 않아 3세트는 대회 여자단식 결승전 사상 최장 시간이 소요됐다.
캐프리어티는 시상식 도중 "이제야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듯싶다" 며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테니스 동료 코리나 모라리우(미국)에게 힘이 되고 싶다" 고 말해 1만5천여 관중을 숙연케 했다.
5세 때 라켓을 잡은 캐프리어티는 14세 때인 1990년 프랑스오픈 준결승에 최연소 진출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세계 정상 등극이 시간 문제로 보이던 천재 소녀였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유명세를 얻으면서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데다 가족간 불화가 겹쳐 94년 마약문제로 체포되는 등 94~96년까지 라켓을 놓았다.
하지만 올해 초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재기, 프랑스오픈까지 제패한 캐프리어티는 내친 김에 88년 슈테파니 그라프(독일) 이후 첫 그랜드슬래머(한해 4대 메이저 대회 우승)를 노린다.
캐프리어티는 올해 세계랭킹 1위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 3위 린제이 데이븐포트, 6위 모니카 셀레스, 7위 세레나 윌리엄스(이상 미국)를 잇따라 꺾으며 세계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김종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