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호남선' 손인호의 첫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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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노래 '비 내리는 호남선' 은 말도 많고 사연도 많은 곡이다.

젊은 세대라면 노래방에서 '비 내리는 호남선…' 으로 시작하는 김수희의 '남행열차' 로 잘못 알고 선곡해 한두 번쯤 들어봤을 노래며, 1950년대를 거친 장년층 이상에겐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로 기억되는 곡이다.

"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려야 옳으냐/사랑이란 이런가요 비내리는 호남선에/헤어지던 그 인사가 야속도 하더란다. " (1절)

'비 내리는 호남선' 에 얽힌 사연 중 으뜸은 이 노래가 발표된 56년에 열렸던 제3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것. "못살겠다 갈아보자" 란 구호를 들고 나와 이승만을 위협하던 해공 신익희는 호남 유세에 나섰다가 심장마비로 숨지고 만다. 선거를 불과 10여일 앞둔 시점이었다.

이승만의 독재에 염증을 느끼던 국민 사이에는 "해공이 자유당에 의해 암살됐으며 해공의 미망인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노랫말을 지었다" 는 소문이 돌았고, 작곡가 박춘석씨.작사가 손로원씨.가수 손인호씨가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처럼 사연 많은 노래의 가수 손인호(75.사진)씨가 데뷔 50여 년만에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나와 노래를 부른다. KBS1 '가요무대' (밤 10시)가 11일 마련한 특집 무대에서다.

그가 '얼굴 없는 가수' 란 별칭을 얻게 된 것은 53년 '나는 울었네' 로 데뷔한 후 '물새야 왜 우느냐' '한많은 대동강' '해운대 엘레지' 같은 수많은 히트곡을 냈으면서도 TV.밤무대 등에 단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씨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기보다 영화 녹음기사로 일하다 보니 일이 바빠 그렇게 됐어. 당시엔 후시 녹음이라 영화 작업에 들어가면 밖으로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바빴어" 라고 설명했다.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 을 비롯해 신상옥 감독 등 당대의 내로라 하는 영화감독의 작품이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16년째 방송 중인 '가요무대' 의 제작진은 틈만 나면 손씨에게 출연을 요청했고 그가 이제서야 응해 무대에 서게 됐다.

"아마 5.16 나던 해에 내가 가수 생활을 그만뒀지. '가요무대' 에서 여러 번 나와달라고 했는데 그 전에 나간 적도 없는데 뭘 나가냐고 고사했었어. 그러다 주위에서 이제 나이도 나이인 만큼 얼굴 한 번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채근해 출연하기로 했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가 될 거야. "

이날 방송은 손씨와 그의 아들 용식씨, 가수 현철.주현미.은방울 자매.조항조씨 등 중견가수들이 출연해 그의 히트곡을 부르는 무대로 꾸며진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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